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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텃밭’ 애리조나서 바이든 승리…죽은 매케인이 산 트럼프 잡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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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애리조나에선 개표가 84% 끝난 상황에서 바이든 후보가 51.0%의 득표율로 트럼프 대통령(47.6%)을 제치고 승리를 확정지었다.

매케인 지역구, 생전 트럼프 불인정 #바이든과는 절친, 부인도 지지 선언 #라틴계 유입 인구구조 변화 영향도

애리조나는 4년 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48.1% 득표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44.6%)를 이긴 지역이다.

이날 친트럼프 성향의 보수 성향 폭스뉴스가 가장 먼저 애리조나에서 바이든 후보의 확정적 승리를 예측하자 트럼프 캠프가 폭스뉴스에 항의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그만큼 패배를 뼈아프게 느낀다는 뜻이다.

애리조나의 ‘변심’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몇 년 사이 라틴계 인구가 많이 유입되면서 민주당 지지층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매케인

매케인

2년 전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난 미국의 ‘전쟁 영웅’ 고(故) 존 매케인 효과도 언급된다. 애리조나는 공화당의 거물인 매케인이 35년간 상·하원 의원을 지낸 곳이다.

매케인은 자신과 지향하는 가치가 달랐던 트럼프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았고, 공화당 내에서 반(反)트럼프 진영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 이민자들을 ‘성폭행범’이라고 묘사하자 그는 “부적절한 용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매케인을 “해군사관학교를 간신히 졸업한 멍청이”라고 비꼬았다. 해군 조종사로 베트남에서 생포됐던 매케인을 “붙잡혔기 때문에 전쟁 영웅이 아니다”라고 깎아내린 것. 이후 매케인이 트럼프 대통령의 ‘오바마 케어’ 중단에 반대하면서 갈등은 깊어졌고, 트럼프 대통령은 매케인의 장례식에도 초대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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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바이든 후보와는 절친한 사이였다. 매케인의 부인 신디는 민주당 전당대회에 참석해 사실상 바이든 지지를 선언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지난 1일 “트럼프가 애리조나에서 가장 사랑받는 매케인을 공격하며 애리조나 주민들은 그들이 소중히 여겼던 당(공화당)으로부터 4년 내내 소외감을 느껴 왔다”며 민주당 우세를 점쳤다.

애리조나 상원의원도 민주당이 빼앗아왔다. AP통신은 83%의 개표가 이뤄진 가운데 현역인 공화당 소속 마사 맥설리 의원이 47.4%, 민주당 마크 켈리 후보가 52.6%를 득표했다며 켈리 후보의 승리를 선언했다.

우주비행사 출신의 켈리 후보는 가브리엘 기퍼즈 전 연방 하원의원의 남편이기도 하다.

기퍼즈 의원은 2011년 지역구인 애리조나주 투산에서 총기 난사 피해를 입어 크게 다쳤지만 불굴의 의지로 재활에 성공해 많은 이에게 희망을 줬다.

이영희 기자 mi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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