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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수퍼 지자체’ 최후 승자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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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최경호 기자 중앙일보 광주총국장
최경호 내셔널 부팀장

최경호 내셔널 부팀장

“대구·경북의 통합은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이다.” 지난 3일 대구 한 호텔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한 말이다. 그는 “올해 2만5000명의 청년이 경북에서 수도권으로 빠져나갔다”며 수도권 블랙홀에 맞선 지방 행정구역 통합을 강조했다.

이 지사와 함께 대구·경북 통합을 추진 중인 권영진 대구시장도 확신에 찬 어투로 화답했다. “중앙정부 지원과 시·도민의 합의를 도출해 행정통합을 이루자”는 주장이었다. 그는 “이 지사와 제가 자리(선거)를 생각하지 않고 통합의 밀알이 되기로 했다”며 주변의 정치적 해석도 일축했다.

앞서 이들은 행정통합 시한을 오는 2022년 7월로 잡고 일찌감치 통합 작업을 진두지휘해왔다. 지방 행정통합은 17개로 나눠진 전국 광역 자치단체들을 권역별로 2~3곳씩 묶는 프로젝트다. 대구·경북이 불을 댕긴 통합 논의는 호남권과 충청권 등으로 빠르게 번져나갔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지사의 공동기자회견 모습. [뉴시스]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지사의 공동기자회견 모습. [뉴시스]

경상권의 한 축인 부산·울산·경남에서도 통합 시도가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지난 3일 경남도의회에서 “경남도는 부산, 울산과 함께 ‘동남권 메가시티’ 실현을 위한 논의를 진행해오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특히 경남과 부산은 행정통합을 병행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지사가 공식 석상에서는 처음으로 동남권 메가시티를 넘어선 경남과 부산의 행정통합을 제안한 순간이었다.

이들 광역지자체장의 발언은 광주·전남의 통합 합의문이 나온 하루 뒤여서 더욱 주목받았다. 이용섭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는 지난 2일 ‘광주·전남 행정통합 논의를 위한 합의문’에 서명했다. 이 시장이 지난 9월 10일 “광주·전남의 행정통합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며 시·도 통합을 제안한 지 53일 만의 일이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전국 지자체의 가장 큰 화두인 행정통합의 신호탄을 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전문가들은 “합의문은 통합 논의를 향한 선언적인 절차”라는 점을 강조한다. 광주시·전남도의 합의대로 1년여에 걸친 연구용역과 시·도민 공감대 형성, 지방자치단체 간 합의 등에 오랜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전대미문인 광역지자체 통합을 위한 지방자치법 개정이나 찬반 갈등도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이미 경상권을 중심으로 불거진 통합 반대론도 만만치 않은 암초로 꼽힌다.

이를 놓고 권영진 대구시장은 “반대가 많이 나와야 합의도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쟁점을 전부 노출한 뒤 공론화를 통해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거꾸로 이는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고서는 어떤 권역도 ‘수퍼 지자체’를 만들기 힘들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여진다. 결국 행정통합의 최후 승자는 가장 거센 반대를 극복해내는 권역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최경호 내셔널 부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