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호르몬 장기복용 요주의

중앙일보

입력

여성호르몬을 오래 복용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뉴욕 타임스는 9일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1991년부터 1만6천여명의 미국 여성이 참여한 여성호르몬 투여 임상시험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2005년 끝날 예정이었던 이번 임상시험이 중단된 이유는 중간 결과가 당초 예상과 달리 여성호르몬 복용자의 건강에 불리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미 국립보건원은 평균 5.2년 이상 여성호르몬을 복용할 경우 득보다 실이 더 클 수 있다며 이에 해당하는 임상시험 참여 여성들에게 9일부터 즉각 여성호르몬 투여를 중단하라고 통보했다.

보건원측은 여성호르몬을 복용한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1만명당 유방암은 8명, 심장병은 7명, 뇌졸중은 8명이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혈액응고 질환도 1만명당 18명이나 많이 발생했다.

반면 대장암은 1만명당 6명, 골반 골절은 5명꼴로 적게 나타났다.

유방암 발병 증가는 예상됐던 결과지만 심장병과 뇌졸중의 발병은 줄여줄 것이라는 종래의 가설을 뒤집는 결과다.

미국에서만 6백만여명의 폐경 여성이 유방암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골다공증과 폐경 증후군을 예방하고 뇌졸중과 심장병 발생률을 줄인다는 의학계의 권고로 여성호르몬을 복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폐경 여성의 7% 정도인 40만여명이 여성호르몬을 복용하고 있다.

삼성제일병원 내과 한인권 교수는 "인종적 차이가 있어 이번 연구결과를 그대로 우리에게 반영할 수 없지만 5년 이상 장기복용의 경우 득실을 따져 신중하게 복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홍혜걸 의학전문기자.의사]

◇ 호르몬 대체요법이란?

안면홍조 등 폐경기 여성들에게 나타나는 여러 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등을 복용하는 요법이다. 여성 호르몬 요법으로 골다공증 예방은 물론 결장암 위험도 감소한다고 알려져 있다.

◇ 호르몬 대체요법 위험한가?

이번에 발표된 연구는 미국 국립보건연구원(NIH) 산하 국립심장-폐-혈액연구소(NHLBI)의 여성건강계획(WHI)이 주도한 것으로 WHI는 WHI는 원래 이 중간평가 결과를 오는 17일 발행되는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하루라도 빨리 알리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해 앞당겨 공개했다고 한다.

이번 연구는 에스트로겐과 프로제스틴을 혼합한 가장 인기 높은 호르몬 정제인 프렘프로(Prempro)를 이용한 임상실험이었으며, 이를 장기 복용한 폐경여성은 비복용 여성에 비해 유방암 위험이 26%, 뇌졸중 41%, 심장마비 29%, 전체적인 심혈관 질환 위험이 22% 각각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학협회지에 게재된 이번 연구 결과는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틴의 복합 투여가 여성을 폐경기 이후의 심장질환에서 보호하지 못한다는 의사들의 지난주 보고에 뒤이어 HRT(호르몬 대체요법)에 두 번째 타격을 안겨 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 그렇다면 혼합 호르몬 복용을 중단해야 할까?

이번 연구 결과를 발표한 WHI는 현재 에스트로겐-프로제스틴을 장기간에 걸쳐 병행투여하고 있는 폐경여성들은 즉시 복용 중단 여부를 담당의사와 상의하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결과는 혼합 호르몬 복용에 관한 결과이므로 혼합호르몬이 아닌 에스트로겐만 복용하는 여성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에스트로겐에 프로제스틴을 섞어서 복용하는 이유는 에스트로겐만 복용할 경우 자궁암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궁절제수술을 받은 여성만이 에스트로겐을 단독 사용할 수 있다.

◇ 에스트로겐만 단독복용하는 것은 안심할 수 있을까?

아직 에스트로겐 요법에 관한 득실에 대해서는 확실히 밝혀진 바는 없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에 따르면 에스트로겐 단독요법에 대한 소규모 임상실험도 진행 중이며 단독요법은 아직 득과 실의 균형이 확실치 않기 때문에 임상실험을 계속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혼합 호르몬을 단기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어떨까? 지금까지 발표된 연구결과들을 보면 심혈관 질환 위험은 복용 1년 안에 급격히 증가하고 암 위험은 복용 4년 후부터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 피부에 붙이는 호르몬패치 요법 역시 임상실험을 해보지 않고는 확답을 내릴 수 없다고 이번 연구에 관여한 뉴저지대학 의과대학의 로먼 래서 박사는 말한다.

◇ 호르몬 요법이 위험하다는 이번 연구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전문가들의 의견을 정리해 본다면, 호르몬 복용 이유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WHI 자크 로소우 박사는 폐경여성들의 혼합 호르몬 복용 이유는 여러가지겠지만 심장병 예방 목적이라면 복용을 중단하는 것이 좋을 것이며 골다공증 예방을 위한 것이라면 모르겠으나 전체적인 건강 증진을 위한 것이라면 좋은 생각이 못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위험은 개인적으로 보면 아주 적기 때문에 혼합 호르몬을 복용하고 있는 여성들이 겁먹을 필요는 없다고 로소우 박사는 강조했다.

로소우 박사는 개인적으로는 그러한 위험 발생 확률이 0.1%도 안된다고 말하고 그러나 국민 전체로 볼 때 공중보건상 중대한 우려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리=중앙일보 헬스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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