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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정부 비판 마윈 소환한 中···앤트그룹 상장 무기한 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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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그룹 대주주 마윈. 중앙포토

앤트그룹 대주주 마윈. 중앙포토

중국 금융당국이 3일 역사상 최대 규모 기업공개(IPO를 진행 중인 앤트그룹의 상하이 ‘커촹반(科創板·과학혁신판)’ 상장을 연기했다. 앤트그룹의 실질적 경영권을 쥐고 있는 마위(馬雲) 알리바바 창업자가 공개 석상에서 중국 금융 당국의 보수적 정책 기조를 정면 비판한 뒤 이어진 강력한 제제다.

상하이 증권거래소는 3일 공고문을 통해 오는 5일로 예정됐던 앤트그룹의 커촹반 상장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기한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상 상장이 무기한 연기된 것으로 풀이된다.

상하이 증권거래소는 이번 결정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증권감독관리위원회·은행관리감독위원회·외환관리국 4개 기관이 앤트그룹을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인사(마윈)와 회장·총재 등을 ‘위에탄(約談·면담)’한 것과 관련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언급된 ‘위에탄’은 지난 2일 이뤄졌다. 이날 중국 금융당국은 마윈과 징셴둥(井賢棟) 회장, 후샤오밍(胡曉明) 총재 등 앤트그룹 경영진을 불러들였다. 중국 당국은 ‘위에탄’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사실상 소환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마윈이 지난달 24일 상하이 와이탄 금융 서밋 기조연설에서 중국 금융 당국을 비판한 발언에 대한 군기 잡기 성격이라는 해석이다.

마윈은 지난달 24일 상하이에서 열린 와이탄(外灘)금융서밋 연설에서 당국이 ‘위험 방지’를 지상 과제로 앞세워 지나치게 보수적인 감독 정책을 취하고 있다고 중국 금융 당국을 정면 비판했다. 당시 현장에는 왕치산(王岐山) 국가 부주석, 이강(易綱) 인민은행장 등 중국의 국가급 지도자와 금융 최고위 당국자들이 대거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환 사실이 알려진 뒤에도 중국 당국이 앤트그룹의 IPO에 찬물을 끼얹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약 345억 달러(약 39조 1500억원)를 조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IPO인데다, 미·중 ‘신(新)냉전’ 국면에서 주요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안겨줬기 때문이다. 앤트그룹 IPO가 굵직한 ‘메이드-인-차이나 기업’의 중국 본토 증시 귀환의 본격적인 물꼬를 트면서 중국 정부가 전략적으로 키우는 커촹반에 힘을 실어주고, 궁극적으로 중화권 증시의 판이 커지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그것이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초강수를 뒀다. 시장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긴 것이다. 상하이 증권거래소 역시 이번 사안을 '중대한 사건'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으로 앤트그룹이 상장 조건에 부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또 이번 조치가 관련 규정에 따른 것이며, 이 규정에 따라 앤트그룹과 보증인은 관련 사실을 공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앤트그룹은 전자 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의 지급결제 플랫폼인 알리페이의 모(母)회사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앤트그룹의 지분은 알리바바(32.6%)와 항저우 윈보(杭州雲鉑·50.5%), 역내 투자자(16.8%)로 나뉜다. 마윈은 항저우윈보의 실질적 지배자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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