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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 지하철 무임수송 비용’ 여론은…47% “정부ㆍ지자체 절반 분담해야”

중앙일보

입력

만 65세 이상 고령자와 장애인 등에 대한 지하철 무임수송 비용을 중앙 정부가 절반 이상 부담해야 한다는 의견이 70% 이상이라는 전국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금까지는 무임수송 비용을 도시철도 운영기관이 전액 부담해왔다.

설문을 진행한 도시철도 운영기관은 무상수송 비용의 정부 분담론을 오래 전부터 펴왔다. 그러나 정부는 초기 건설 비용을 이미 지원했고 향후 노후 시설 개선 비용까지 지원을 검토 중인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 산하 기관인 서울교통공사 등 운영기관의 운영비까지 지원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지난 2017년 11월 서울지하철 종로3가역에서 이용자들이 개찰구를 통과하는 모습. 최정동 기자.

지난 2017년 11월 서울지하철 종로3가역에서 이용자들이 개찰구를 통과하는 모습. 최정동 기자.

3일 서울교통공사 등 전국 6개 도시철도 운영기관이 공개한 ‘공익서비스 국비 지원 법제화’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상적인 무임수송 비용 부담 유형’을 묻는 말에 응답자 중 가장 많은 46.8%는 국가(정부)와 지자체가 절반씩 분담하는 게 이상적이라고 답했다. 정부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는 응답자는 23.9%, 지자체가 100% 부담해야 한다는 응답자는 17%로 뒤를 이었다.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재정을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에 대한 물음에서는 ‘노인, 장애인, 유공자 등에 대한 무임 수송’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47.2%로 가장 많았다. 운영기관의 비효율적인 경영(14.4%), 원가에 못 미치는 운임(11.7%) 등이 뒤를 이었다. 무임수송으로 인한 전국 6개 도시철도공사의 손실액은 2016년 5529억원, 2017년 5926억원, 2018년 6072억원, 2019년 6456억원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특히 고령화 추세가 심화하며 손실액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지하철 운영기관 “100% 부담은 부당” 

김상범 서울교통공사 사장(오른쪽 첫 번째)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전국 도시철도 운영기관 노사대표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상범 서울교통공사 사장(오른쪽 첫 번째)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전국 도시철도 운영기관 노사대표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그간 지자체 및 운영기관이 펴온 주장과 비슷한 내용이다. 2017년 2월 전국 도시철도 운영기관 16곳은 ‘정부가 무임수송 정부지원을 법으로 정하고 재정을 지원해야 한다’는 취지의 공동건의문을 관계부처에 제출했다. 이들 기관은 당시 “법령에 따라 전국적으로 동일하게 시행되는 복지 서비스인 무임수송을 정부가 지원하지 않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헌법소원을 추진하기도 했다.

특히 한국철도(코레일)의 경우 정부로부터 비용의 60%까지 보전받으면서 지하철 운영기관만 전액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차별에 해당한다는 게 이들 기관의 주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노인복지법, 장애인복지법 등에 의해 무상수송을 사실상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한데 운영기관만 부담을 지고 있다”며 “지방자치 사무라 운영비를 지원할 수 없다면 법률이 개정돼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건설비 40~60% 지원…운영은 지자체 몫”

김흥진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왼쪽)과 박재민 행정안전부 지방재정경제실장이 3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부동산 공시지가 현실화 방안 등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흥진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왼쪽)과 박재민 행정안전부 지방재정경제실장이 3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부동산 공시지가 현실화 방안 등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정부 입장은 다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공익성 차원에서 서울의 경우 40%, 그 외 지역은 60%까지 초기 건설비를 지원해줬다면 운영 책임은 지자체가 져야 하는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도시철도는 교통 편의를 위한 지자체의 사업인 데다 운영비를 정부가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없다”고 말했다. 노후시설 개선 관련 예산 지원 방안을 추진 중인 점까지 고려하면 운영비는 지자체의 몫이라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부 교수는 “고령자 등에 대한 무임수송이 이미 1984년 시작된 것을 고려하면 이후 지자체가 추진한 도시철도사업의 재무분석에는 무임수송 비용이 반영됐을 것”이라며 “미리 알고 추진해놓고 상황이 어려워지자 정부 지원을 주장하는 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 가깝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노인복지법에 따른 무임수송은 강행규정도 아니다”며 “현재 수송원가보다 운임이 현저히 낮은 요금 구조를 개선하고 운영기관의 경영 효율화 등 자구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2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2021년도 예산안 설명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승객 감소로 지하철의 대규모 적자가 예상된다"는 질문에 “코로나19로 인한 승객 감소는 올해 말까지 -30% 규모로, 적자 폭이 1조원 정도 된다”며 “자구 노력과 함께 국비 확보를 위해 과거 어느 때보다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 권한대행은 “지하철 요금 인상도 함께 고민했었으나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 시민 살림살이를 고려했다”며 당분간 지하철 요금 인상이 없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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