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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사람들 도덕성 깊은 상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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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통령의 사람들이 무너지고 있다. 참여정부 출범 7개월이 겨우 지난 시점이다. 역대 정권들도 대통령 측근들의 비리 스캔들이 있었지만 이렇게 조기에, 그것도 대량으로 불거진 경우는 없었다.

'盧대통령의 집사'최도술(崔導術) 전 총무비서관이 검찰 소환 대상이 됐다. 안희정(安熙正).염동연(廉東淵)씨는 나라종금 사건으로 재판 중이다. 양길승(梁吉承) 전 부속실장은 향응 파문으로, 이광재(李光宰) 국정상황실장은 '썬앤문 금품수수설'로 추문에 휩싸였다. 모두가 손꼽히는 '측근 중의 측근'들이다. 이 때문에 청와대 주변에선 분위기 쇄신을 위해 연말쯤 '2기 비서실'을 출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왜 이런 일 벌어지나=청와대 내부는 허탈감에 빠졌다. "벌써 초심을 잊었나" 하는 자괴감도 보인다. 지난해 대선 승리 직후다. 盧당선자의 오랜 측근 몇몇은 소주잔을 기울이며 이런 얘기를 나눴다.

"우리는 (국정운영에 있어선) 아마추어다. 그 때문에 이 정권의 성패 여부는 순수성에 달려있다. 질긴 부패의 뿌리를 뽑지 않고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는 정권이다."

그렇다면 이런 다짐들은 어디로 갔을까. 청와대 내부와 여권에서는 대략 세 가지를 원인으로 꼽는다. 시스템의 문제와 참모정치 그리고 온정주의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너무 몇몇 측근에 의존한다는 얘기가 끊임없이 나오면서 실세니, 측근이니 하는 인물들이 생겨났고, 이런 것들이 각종 의혹의 토양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폭발성 높은 당선 축하금 논란=崔전비서관의 소환은 '당선 축하금'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나라당은 국면을 '대선자금 논란'에서 '당선 축하금 시비'로 전환하려는 중이다.

인수위에 참여했던 여권 핵심인사는 "盧대통령은 일절 당선 축하금을 받지 않았으나 제공자들이 당시 실세 측근들에게 '인사'를 했다는 얘기는 있었다"며 "실제 청와대 모 비서관은 대통령 당선 직후 평소 알던 기업인으로부터 상당한 규모의 돈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최근 돌려주는 해프닝까지 빚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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