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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미 날아들기 시작했는데, 연천 민통선 관광은 1년째 통제중

중앙일보

입력

2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중면 횡산리 민통선 내 임진강 빙애여울. 귀한 겨울 철새인 두루미(천연기념물 제202호)와 재두루미(천연기념물 제203호)의 겨울철 최대 월동지다. 이곳은 군사분계선에서 3㎞ 정도 거리다.

이광길 임진강평화습지원 소장은 “빙애여울엔 지난날 28일 부부와 새끼로 구성된 재두루미 2가족 7마리가 월동을 위해 날아왔다”며 “다음 달까지 두루미와 재두루미 600여 마리가 시베리아에서 빙애여울로 날아와 겨울을 나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빙여여울은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지난 겨울에 이어 올해도 연천 민통선 관광이 1년이 넘도록 전면 통제되고 있어 시민들의 견학과 관광이 중단되고 있다”고 했다.

2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중면 횡산리 민통선 내 임진강 빙애여울의 재두루미 가족.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

2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중면 횡산리 민통선 내 임진강 빙애여울의 재두루미 가족.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

두루미·재두루미 600여 마리 월동지

재두루미 무리는 가족 단위 또는 무리 지어 여울 상공을 날거나, 여울에 내려앉아 연신 다슬기를 잡아먹으며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재두루미 1마리는 다리를 다쳐 걸음걸이가 불편한 모습이다. 재두루미는 강가 율무밭에서 추수 후 떨어진 율무를 먹기도 한다. 잠도 천적을 피해 여울에서 잔다. 인근 임진강변 임진강평화습지원엔 빙애여울 두루미의 생태를 조망할 수 있도록 망원경을 갖춘 전망대가 설치돼 있다.

임진강 빙애여울 위치도. [중앙포토]

임진강 빙애여울 위치도. [중앙포토]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는 “임진강 두루미와 재두루미는 강이 얼음장으로 변하는 한겨울에도 얼지 않는 강가 10∼30㎝ 깊이의 물살이 빠른 여울에서 주로 지낸다”며 “이런 세계적인 생태 견학 명소가 1년이 넘도록 문이 닫혀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북한과 가장 가까운 태풍전망대도 관광 불허  

이 같은 사정은 인근의 안보 관광지인 태풍전망대와 연천군이 조성한 예술전시장인 연강갤러리도 마찬가지다. 1년이 넘도록 같은 이유로 연천 민통선 관광이 불허되면서 관광객이 텅 빈 상태다. 철책 부근 태풍전망대는 휴전선 남측 11개 전망대 가운데 북한과 가장 가까이 있다. 북한 최전방 지역을 망원경으로 조망할 수 있어 중부전선의 가장 인기 있는 안보 관광지다. 연간 관광객이 6만∼7만명에 달했다.

파주 민통선은 개방, 연천 민통선은 폐쇄

경기도 연천군 민통선 지역에 대한 관광 중단 조치가 지난해 10월 이후 1년이 넘도록 계속되고 있다. 인근 파주시의 대부분의 민통선 관광이 부분적으로 최근 재개된 것과 비교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연천군과 시민단체 등이 관광 재개를 촉구하고 있다.

연천군 관계자는 “민통선 관광객들은 논과 밭·들녘으로 다니는 게 아니라 정해진 장소만 차량을 이용해 방문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연천 민통선 관광이 재개돼야 하는 시점이 됐다”고 했다. 그는 “국방부·환경부·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 당국에서 파주와 형평성을 고려해 연천 민통선 지역에 대한 관광 재개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는 “현재 연천 민통선 지역에서는 방역 활동이 철저히 이뤄지고 있는 데다 도로변의 제한된 장소에서만 이뤄지는 민통선 관광으로 인한 ASF와 코로나 확산 가능성은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지역 관광 및 경제 활성화를 위해 민통선 생태·안보 관광이 단계적으로나마 즉각 재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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