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기] 치질 없애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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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사원으로 일하고 있는 K씨가 얼마 전 울상이 돼 병원을 찾았다. 진찰을 해보니 항문이 아주 좁아져 손가락이 통과하지 못할 정도였다.

원인은 주사 한 방에 치질을 깨끗이 낫게 해준다는 곳에서 치료를 받은 것이 화근이었다. 주사를 맞고 난 후 변을 보기 불편한 것은 물론 항문에서 진물이 나온다는 것이다.

요즘도 항문치료는 비의료인의 민간요법이 가장 활발한 분야다. 대부분 치질조직을 썩게 하는 부식제 주사가 많이 사용되는데 정상 조직을 망가뜨려 항문기능이 상실될 수 있다.

병적인 치질이 발생하는 치핵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정상적인 조직이다.

혈관이 풍부한 항문 쿠션조직이며 대변을 볼 때 변과 함께 밀려나왔다가 다시 들어가는 것을 반복한다.

치질은 이런 정상조직이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가장 큰 원인은 잘못된 배변 습관이다. 화장실에 오래 앉아 있거나 무리한 힘을 주는 행위가 반복되는 경우, 그리고 항문 점막을 지지해주는 인대가 유전적으로 약한 경우 많이 생긴다.

치질 치료를 꺼려하는 이유 중 하나는 수술에 대한 두려움이다. 하지만 치질의 80%는 수술을 하지 않고 온수 좌욕과 약물 요법으로 치료가 가능하므로 병원 방문을 꺼릴 이유는 없다.

치질 수술은 항문을 보호하는 쪽으로 발전하고 있다. 예컨대 점막 아래 치질 절제술은 항문의 피부라고 할 수 있는 상피(上皮)를 보호한다는 점에서 '자연 항문 수술'로 일컬어진다.

점막 아래를 얇게 벗겨 치핵조직 만을 절제하고 점막을 다시 봉합해주는 방법이다.

정상적인 점막을 잘라내지 않으므로 항문이 좁아지는 부작용도 없고, 회복이 빠르며 재발도 거의 없다.

단점도 있다. 수술이 힘들고 수술 시간이 오래 걸린다. 가까운 일본의 예를 들어보면 수술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점막 아래 절제술이 3%에 지나지 않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용변은 3분 이내로 짧게 끝내고 ▶항문은 항상 따뜻한 물로 좌욕을 하며 ▶식물성 섬유를 많이 섭취하고 변비를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변비가 있는 사람은 매일 아침 식후 찬물이나 우유를 한두 컵 마신 후 배변하는 습관을 가져보자.

양형규<경기도 남양주 양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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