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충 5마리 눈 딱감고 삼켰죠"…'아시아 조충' 발견 엄기선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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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대 엄기선(46.의대.사진) 교수는 '아시아 조충'이라는 기생충을 발견하고 생태를 밝혀 미국 의대 교과서에도 이름이 나오는 인물이다.

1980년대 말까지만 해도 아시아 조충이란 것이 있다는 것을 아무도 몰랐다. 이미 알려진 민촌충과 똑같이 생겼기 때문. 단지 민촌충은 소의 근육에서 사는데 이상하게 돼지 내장을 먹은 사람에게서도 발견돼 수수께끼로 여겨졌다.

그러나 엄교수는 돼지 내장에서 발견되는 것이 새로운 기생충이라고 가정한 뒤 연구를 시작했다. 우선 충북 도축장에서 돼지 간 2만5천여개를 조사해 유충 다섯 마리를 찾아냈다.

"유충을 길러 확인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사람 몸 속에 집어넣어야 했지요. 별 수 없이 눈 딱 감고 제가 다섯마리를 삼켰습니다."

길이가 3~4m까지 자란다는 것을 알면서도 삼키려니 징그러웠지만, 연구를 하겠다는 일념에 눈 딱 감고 삼켰다고 한다.

그리고 75일 뒤 아시아 조충으로 컸다는 것을 대변 검사로 확인했고,93년 발견 사실을 논문으로 냈다.

"원래는 확인만 한 뒤 바로 약을 먹어 죽일 계획이었는데, 좀 아까운 생각이 들어서요. 5년 동안 뱃속에서 키우며 이것저것 실험을 했지요.인체에 해는 없으니까요."

그렇게 연구해 결국 미국의 교과서에도 이름이 오르게 됐다.

"젊었을 때니까 그렇지, 지금은 못할 것 같다"는 엄교수는 현재 충북대 장애인 봉사 동아리 지도교수로 사회복지시설에서 자원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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