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아기, 어른보다 얼굴식별능력 탁월

중앙일보

입력

얼굴을 식별하는 능력은 6개월 된 아기가 9개월 아기보다 더 낫고, 심지어 어른보다 더 뛰어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CNN 방송 인터넷판이 16일 보도했다.

미국 미네소타대학 찰스 넬슨 교수(유아심리학) 등 미국-영국 공동 연구진은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6개월 된 유아는 사람이든 원숭이든 얼굴을 잘 구별하는데 반해 9개월 된 유아는 사람 얼굴은 구별하나 원숭이 얼굴의 차이는 구별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놀랍게도 6개월 유아는 어른보다도 얼굴 식별 능력이 더 뛰어난 것으로 드러났다고 연구진은 말했다.

연구진은 6개월 아기 30명, 9개월 아기 30명, 성인 11명을 대상으로 처음에 사람 2명 혹은 원숭이 두 마리의 사진을 보여준 다음 이중 한 사진은 다른 사진으로 바꿔 보여주면서 반응을 관측했다.

관측 결과, 원숭이 사진의 경우 6개월 아기는 앞서 보지 않은 새 원숭이 사진을 보는데 더 많은 시간이 걸렸으나 9개월 아기와 성인은 원래 원숭이 사진이나 나중 원숭이 사진을 보는데 정확히 똑같은 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6개월 아기와는 달리 9개월 아기와 성인은 앞에 본 원숭이 얼굴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사람의 경우 모든 실험 대상자들이 얼굴의 차이를 식별할 수 있었다.

넬슨 교수는 인간 뇌의 초기 발달시기인 생후 6개월과 9개월 사이에 뇌 기능의 자연스런 변화와 함께 환경에서 받는 시각적 신호의 다양성이 서로 합쳐져 유아의 인지능력 발달에 어떤 작용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넬슨 교수는 또 사람들은 나이를 먹을수록 자주 보는 얼굴의 미묘한 차이는 잘 식별하지만, 동시에 자주 보지 않는 얼굴은 잘 기억하지 못하는 이른바 `인지능력 한계(cognitive narrowing)' 현상을 겪는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영국 셰필드 대학의 올리비어 패스컬리스 교수는 아기의 뇌는 처음 보는 얼굴을 알아보는 데 마음 속에 주형틀을 만들어 이용한다며, 이는 컴퓨터로 치면 프로그램에 의해 작동하지 않고 배선(配線)에 의해 움직이는 방식(하드-와이어)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유아의 시각적 인지능력에 대한 이같은 결과는 인간 두뇌발달과정을 밝히는데 중요한 의의를 갖는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 어린이들이 어른보다 외국어를 쉽게 배우는 원인을 밝힐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또 이번 연구가 인간 두뇌발달 과정 연구을 앞당기고 나아가 언어 및 얼굴 인지능력과 관련된 뇌부분을 밝힘으로써 발달 지체 및 장애아의 진단과 치료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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