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뒤엔 치매약 나올 것" 노벨생리의학상 그린가드박사

중앙일보

입력

"10년 뒤면 치매 치료약이 나올 겁니다."

16~17일 서울대 문화관에서 열린 한국생화학회 특별 강연자로 초청돼 한국에 온 2000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폴 그린가드(77) 박사.

그는 16일 중앙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베타-아밀로이드라는 물질이 유전성 치매를 일으킨다는 것이 규명됐다"며 "이 물질의 생성을 억제하는 약에 대한 동물실험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린가드 박사는 '도파민'이라는 물질이 두뇌 활동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밝혀 노벨상을 받았다. 현재 미 록펠러대의 치매연구센터 소장이다.

"줄기세포를 이용해 치매를 유전자 차원에서 치료할 수 있지만 인간 유전자 복제 등의 윤리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하지만 순수 치료 목적을 위한 줄기세포 배양은 허용해야 합니다."

그린가드 박사는 유사한 예로 마리화나의 경우를 들었다. 그는 "마리화나를 암환자용 진통제로 쓰는 문제가 미국에서 논란을 빚고 있으나, 병원에서의 통제된 사용은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 때문에 허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두뇌를 많이 쓸수록 치매에 잘 걸리지 않는다는 연구 사례도 소개했다.

미국 미네소타주의 수도사들을 관찰했더니 학력이 높을수록 치매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는 것.

그는 "두뇌를 많이 쓰면 뇌의 한 부분이 망가져도 다른 부분이 역할을 대신할 수 있어 치매를 앓지 않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린가드 박사는 한국 기초과학의 앞날에 대해 "밝다"고 평가했다.

그의 제자 가운데는 강원대 권영근(權寧根.39.생화학과)교수가 있으며, 우리나라 생화학자 두명이 현재 박사 후 과정으로 그의 지도를 받고 있다.

"미국이 경제 대국이 된 것은 그동안 기초 과학에 투자를 많이 했기 때문입니다. 미국 정부의 실권자들도 기초 과학에 대해서만큼은 투자를 아끼지 않죠. 한국도 세계 경제의 리더로 떠오르려면 기초 과학을 적극 지원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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