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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혈' 풀어내면 생리통 싹~

중앙일보

입력

직장여성 김모(24)씨는 생리가 뜸하고 일단 시작하면 심한 통증이 느껴져 최근 한방병원을 찾았다.

생리 때면 배가 딱딱하게 굳어지고 변비까지 생기는 김씨에 대한 진단결과는 어혈(瘀血). 정상기능을 잃은 혈액이 모여 있다는 것이다.

담당 한의사는 "환자의 아랫배 주변에 침을 놓고 뜸을 떴다"며 "담음(痰飮.비정상적인 체액)을 없애고 어혈을 내쫓는 약을 처방한 결과 증상이 크게 완화됐다"고 말했다.

분당차한방병원 김상우 부원장은 "어혈은 혈액의 흐름이 정체된 상태며 혈액이 걸쭉해진다"고 설명했다.

한방에서는 어혈이 심장병.동맥경화.뇌졸중 등 순환기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본다.

두통.기관지천식.암 등 혈액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질환들도 어혈로 인해 발병할 수 있다는 것. 심지어는 딸기코나 건망증.우울증까지도 어혈에서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어혈의 주된 원인으로는 기허(氣虛.기운이 허약).기체(氣滯.기의 흐름이 정체됨)가 꼽힌다. 혈액의 원활한 흐름을 막는 추위와 열, 외상.출산.내부 출혈 등도 어혈의 유발요인.

어혈에 따른 가장 흔한 증상은 통증이다. 여성의 하복부에 어혈이 있을 경우 생리통.생리불순이 나타난다.

뱃속이 더부룩해지고 부풀어오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어혈로 종양이 생긴 경우 뱃속에서 덩어리가 만져진다. 내장출혈이 있으면 대변색이 검어진다.

또 어혈이 있으면 기.혈의 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몸이 떨리고 열이 난다. 입안은 잘 마르고 갈증이 생긴다. 입술.혀.코 등의 점막.피부에 윤기가 없어지고 푸르스름해진다.

경희대 한방병원 부인과 장준복 교수는 "타박상을 입은 후 생기는 멍이 눈으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어혈증세"라며 "어혈은 상체보다는 하체(생식기.비뇨기 등), 남성보다는 월경.출산을 하는 여성에게 더 흔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랫배에서 큰 덩어리가 만져지는 산증(疝症)은 혈액.체액.음식물이 정체돼 생기는 병증이라고 지적했다.

쑤시고 아픈 담도 어혈성 질환이다. 담이 결려 통증이 심할 때는 찬 찜질, 통증이 은근하면 뜨거운 찜질을 하는 것이 좋다.

어혈은 적외선 체열 진단장치 등 최신 의료장비로도 진단이 가능하다.

치료는 침.뜸.약물로 한다. 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 원장은 "어혈을 풀어주는 도인(복숭아씨).홍화(잇꽃).목단껍질 등 파어지제(破瘀之劑), 혈액순환을 개선해주는 계피나무 가지.익모초 같은 활혈지제(活血之劑)가 주로 처방된다"며 "침.뜸은 증상.위치.원인에 따라 시술부위가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어혈이 있으면 찬 음식이나 회 같은 날 음식은 삼가는 것이 좋다(장준복 교수). 대신 생강차.녹차 등 소화기능을 돕고 몸을 따뜻하게 하는 다류가 권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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