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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이 `중금속 청소부`

중앙일보

입력

서울 난지도 쓰레기 매립지에는 임업연구원이 심은 7~8년생 포플러 8백여 그루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평균 높이는 16m, 직경은 30㎝. 뙤약볕이 내리쬐는 한여름의 경우 한그루가 1백ℓ의 침출수를 빨아들인다. 8백그루 전체로 보면 하루 80t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이다.

임업연구원 구영본 박사는 "1㏊에 5백그루의 3년생 포플러가 심어져 있다면 소 3백60마리가 배출하는 축산 폐수를 외부로 흘려보내지 않고도 소를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디트로이트의 한 식물정화회사는 납으로 오염된 다임러크라이슬러 공장 주변 땅에 해바라기와 겨자를 심어 흙 속의 납 농도를 절반 이하로 줄였다.

이 방법으로 땅을 파 매립지에 버리는 것보다 약 1백만달러(13억원)를 절약할 수 있었다. 풀이나 나무가 오염된 땅의 정화에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화공약품을 쓰거나 땅을 파 매립지로 옮기지 않고도 땅을 깨끗하게 하는 식물정화요법이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자연적으로 중금속을 빨아먹는 식물은 4백여종. 이들 식물이 영양분처럼 흡수하는 중금속의 종류도 다양하다. 품종만 잘 고르면 식물이 훌륭한 자연 청소부 역할을 하게 할 수 있다.

담배와 해바라기는 방사능 물질을,자주개나리는 금.크롬.카드뮴.니켈.아연.구리 등을,야생 겨자는 니켈을,양치류는 비소를, 목초용 풀과 호밀은 납.카드뮴.수은을 잘 흡수한다.

미국의 환경업체인 피토테크사는 해바라기를 체르노빌 원전폭발로 오염된 물을 정수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해바라기가 방사능 물질인 세슘과 스트론튬을 잘 흡수하기 때문이다. 해바라기는 방사능에 오염된 땅에도 사용할 수 있다.

또 야생 겨자는 조직 안의 니켈 농도가 보통 나무보다 1백~1천배 이상 높다.

식물은 이런 중금속을 빨아 들이고도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식물은 중금속을 빨아들이면 체액으로 감싼 뒤 세포에 별도로 만들어진 창고에 저장한다.

포플러의 경우 수은을 이온으로 만들어 공기 중으로 뿜어내 버린다. 독을 다스리는 비법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식물이 중금속을 흡수하는 이유는 해충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람들이 중금속이 든 식물을 좋아하지 않듯이 곤충이나 해충도 그럴 것이라는 게다. 실제 같은 식물이라도 해충이 득실거리는 곳에 있는 식물이 더 중금속을 잘 빨아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유전자를 조작해 중금속을 더 잘 흡수하는 식물을 개발하고 있기도 하다.

임업연구원은 수은을 잘 흡수하는 포플러를 개발했으며,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필립 리 박사는 카드뮴.수은 등을 잘 빨아들이는 잡초를 개발했다.

그는 효모에서 중금속을 잘 흡수하는 유전자 1백개를 찾아내기도 했다. 미국 조지아대 클레이트 루 박사는 수은을 잘 흡수하는 튤립 나무를 개발했다.

전문가들은 유전자공학 발달에 힘입어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라는 잡초를 만들어낼 경우 적은 비용으로 환경오염 물질을 효과적으로 정화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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