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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가중치’ 높였다는데, 미 여론조사 이번엔 맞힐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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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2016년의 대선 여론조사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미국 여론조사기관들이 보완에 나섰다. 4년 전 대부분 힐러리 클린턴의 승리를 확신했다가 도널드 트럼프 승리로 공신력에 심각한 상처를 입었던 전례를 또 겪지 않기 위해서다.

미국 대선 앞으로 13일 #4년전 힐러리 승리 확신했다 실패 #올해 조사 학력·지역별 가중치 달리해 #고졸 이하 백인, 시골 목소리 더 반영 #트럼프·바이든측 “그래도 못 미더워”

이달 13일 선거분석 전문 사이트인 ‘파이브서티에이트’에 따르면 올해 여론조사 기관들은 대부분 응답자의 학력 수준에 따라 가중치를 두는 방식을 여론조사에 반영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가 3~5월 발표됐던 30여 개의 주(州) 단위 여론조사를 분석한 결과에선 이 중 46%가 학력에 가중치를 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에는 20%에 불과했는데 이미 올해 상반기부터 학력 가중치 반영이 늘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9일 애리조나주 투산 국제공항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박수를 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9일 애리조나주 투산 국제공항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박수를 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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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저학력 백인층’ 득표력을 의식한 결과다. 여론조사기관들이 2016년 트럼프 승리를 예상하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가 응답자 학력에 따른 트럼프 지지세를 무시한 점이었다. 대졸 이상 학력 유권자는 고졸 이하보다 대체로 여론조사 응답률이 더 높고, 민주당 지지 성향이 더 강하다. 그런데도 당시엔 결과 분석 때 학력별 비율을 조정하지 않고 발표했던 여론조사가 대부분이었다. 그 결과 진보 성향의 고학력 유권자 의견이 과잉 반영됐다. 이번엔 이를 피하기 위해 저학력 유권자들에게 가중치를 주는 식으로 여론조사에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력에 따라 지지 후보가 갈리는 건 트럼프 이전에는 없었던 현상이다. 몬머스 대학 여론조사연구소의 패트릭 머리 소장은 위스콘신 공영라디오(WPR) 인터뷰에서 “2016년 이전에는 대학 학위를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 투표 성향에 큰 차이가 없어 학력에 가중치를 두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엔 학력을 더욱 세분화한 조사까지 나오고 있다. 입소스·퓨리서치센터는 학력 수준을 인종·민족에 따라서도 구분하기 시작했다. 역시 저학력 백인의 트럼프 지지 현상을 반영한 것이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는 같은 날 유세를 위해 델라웨어주 월밍턴을 찾았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는 같은 날 유세를 위해 델라웨어주 월밍턴을 찾았다. [AFP=연합뉴스]

이번 대선을 앞두곤 ‘거주지 가중치’도 등장했다. 마리스트 칼리지, NBC방송·월스트리트저널(WSJ) 조사는 응답자의 거주지까지 묻는다. 미국에선 대체로 민도공촌(民都共村) 현상이 일반적이다. 즉 도시 거주자들이 시골 거주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민주당 성향이 강하고 시골에선 공화당을 지지하는 보수세가 많다. 거주지까지 확인해 민주당 표가 많이 나오는 도시 거주자들이 시골 거주 공화당 지지자보다 과잉 대표되는 결과를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또 퓨리서치센터 등 일부 조사기관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무작위 전화 조사 대신에 공화·민주·무당파로 세분화된 등록 유권자 목록에서 샘플을 추출해 전화를 거는 방식으로 조사 정확도를 높였다. 무작위 전화 조사는 조사를 진행하는 데 더 용이하다. 하지만 등록 유권자 목록이 실제로 투표권을 가진 유권자에 더 근접한 모집단이다. 즉 랜덤 조사에선 민주당에 더 호의적이면서도 실제로는 투표권이 없거나 투표율이 백인층에 비해 더 낮은 소수 인종 등을 처음부터 배제할 수 없어 이들이 과잉 대표될 가능성이 있다.

여론조사기관의 이같은 ‘흠결 보완책’이 먹혔는지는 다음 달 확인이 된다. 이번에도 4년 전과 마찬가지로 전반적인 여론조사는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더 유리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한 트럼프 캠프와 바이든 캠프 모두의 반응은 ‘믿지 말라’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론조사는 가짜”라고 입에 달고 유세 중이다. 바이든 캠프의 젠 오말리 딜런 선대본부장 역시 “여론조사가 틀릴 수 있다”며 지지층 이완을 두려워한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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