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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맛 탐방] 9. 인천

중앙일보

입력

인천엔 한국식 자장면의 발생지인 차이나타운이 있다. 또 항구도시답게 꽃게 등 해물요리가 풍성하다. 부두여서 노무자.선원들이 좋아하는 값싼 음식도 많다.

주머니 사정에 맞춰 골라먹는 재미가 있는 곳이다. 또 인천은 한 동네에 특정한 음식점이 군락을 이루는 특성도 있다. 그래서 음식 앞에 동네 이름이 붙는다. 용현동 물텀벙이가 그렇고, 송현동 순대국밥이 그렇다.

◇차이나타운서 중화요리

한국식 자장면의 발상지가 이곳 선린동 25일대의 차이나타운이다. 이곳에서 1905년 개업한 공화춘이 부두노동자를 상대로 팔기 위해 개발한 것이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자장면이다. 현재 공화춘은 문을 닫고 10여개의 중국집이 영업을 하고 있다.

가업으로 4대를 잇고 있는 '풍미'(032-772-2680)의 자장면은 향차이를 넣어 독특한 고유의 향이 느껴진다.

'자금성'(032-761-1688)의 것은 윤기가 흐르고 면에 자장 간이 잘 배어 있다. 값은 두곳 모두 2천5백원. 그러나 전통자장면.향토자장면 등의 이름으로 3천5백원짜리를 따로 판매한다.

◇송도로 옮기면 꽃게탕

인천을 대표하는 먹거리를 꼽으라면 꽃게가 빠질 수 없다. 송도유원지에서 인천상륙작전 기념관 앞까지 이르는 대로변에는 꽃게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 20여곳이 몰려 있다.

이곳에선 주로 알이 꽉찬 암꽃게로 찜을 해 내놓는다. 꽃게 맛을 제대로 즐기려면 암꽃게찜이 최고라는 것이다.

등딱지가 어른 손바닥만한 암꽃게찜이 한마리에 3만원. 꽃게 한두 마리가 들어간 꽃게탕도 3만원이다.

송도는 유원지이다보니 특별히 잘하는 곳이라고 콕 찍을 집이 없다. 겉보기에 깨끗하고 주인 인심이 후해 보이는 곳을 찾는 것이 요령.

인천 토박이들은 꽃게찜을 먹으려면 송도 유원지를 지나 허름한 꽃게집이 몇곳 몰려 있는 시르물 마을을 찾는다.

이곳의 '척전집'(032-832-0380)은 유원지 앞보다 값이 5천원 정도 싸다.

◇용현동엔 물텀벙이

'물텀벙이'란 단어가 생소할 지 모르지만 생선인 '아구'를 말한다. 인천 어부들이 그물에 걸리면 배만 크고 살도 없어 재수 없다며 물에 '텀벙'내던졌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1960년 이후 해산물이 귀해지면서 하인천 정거장 부근의 선술집에서 물텀벙이를 요리해 팔기 시작했는데 부둣가에서 일하던 사람들에게 훌륭한 안주거리가 됐다.

차츰 용현동 로터리를 중심으로 물텀벙이 전문점이 몰리게 된 것. '성진 물텀벙'(032-883-1771)의 물텀벙이찜은 2만5천~4만원인데 어른 4명이면 4만원짜리가 적당하다.

콩나물.미나리.미더덕.흰떡까지 들어간 매콤하고 얼큰한 맛에 콧등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이 곳 물텀벙이탕은 애.고니가 들어 있어 다른 지역 탕에 비해 기름지다.

◇화평동엔 세숫대야 냉면

'세숫대야 냉면'은 인천 사람끼리 통하는 말이다. 화평철교를 지나 냉면집 20여곳이 몰려 있는 이 동네의 냉면 그릇이 세숫대야 크기라서 지어진 이름이다.

실제 얼굴이 들어가고도 남을 그릇이다. 눈 대중으로 일반 냉면집 양의 족히 두배는 된다.

매번 "곱빼기"를 외쳐대던 어른도 한 그릇을 다 비우기 만만치 않다. 그래도 양이 찰 때까지 면과 국물을 무한정 준다. 그러나 값은 물냉면 3천원, 비빔냉면 3천5백원.

그렇다고 맛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면을 직접 뽑지는 않았지만 쫄깃하며 차지다.냉면 국물은 무.양파로 육수를 뽑아 느끼하지 않고 개운하다. 고추장 양념을 푼 것도 특이하다. 고명으로 열무김치.오이채.깨소금을 많이 쓴다. 동네 초입에 있는 '할머니냉면(전화 없음)'이 제일 붐빈다.

◇송현동엔 순대국밥촌

동인천역 뒤 중앙시장에는 20여곳의 순대국밥집이 순대처럼 줄지어 있다.

이곳의 순대국밥엔 묘하게 순대가 없다. 밥도 적다. 대신 머릿고기가 많이 들어가 있다. 허기를 때우는 용도보다 노무자들의 술안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란 게 이 곳 상인들의 추측. 순대가 들어간 국밥을 원하면 별도로 주문해야 한다.

순대는 당면과 찹쌀이 적당히 섞여 있는 혼합형이다. 순대나 순대국밥 1인분에 4천원. '진미식당'(032-773-0010)이나 '별미순대집'(032-773-6041)에 손님이 많은 편이다.

◇구월동엔 밴댕이거리

밴댕이는 회로 먹기엔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잡자마자 바로 죽어버리는 '밴댕이의 소갈딱지'때문.

구월동 예술회관 건너편 밴댕이거리에 가면 산지에서 직송한 싱싱하고 부드러운 밴댕이회를 만날 수 있다. 뼈를 발라낸 밴댕이 반마리에 쌈장이나 초고추장을 발라 상추쌈에 싸서 먹는다.

회보다 회무침이 더 인기. 밴댕이 회를 떠 양배추.깻잎 등을 채 썬 것과 함께 초고추장에 빨갛게 버무려 나온다. 보기만 해도 입안에 군침이 돌 정도.

상추나 깻잎에 싸 삼콤(매콤.달콤.새콤)을 느끼며 먹는다. 공기밥을 시켜 밴댕이 회덮밥으로 먹어도 좋다. 밑반찬으로 나오는 간장게장도 짭짤하며 고소하다.

회나 회무침이나 1만2천원으로 값이 저렴. 이 동네 밴댕이집은 여덟곳인데 '송원식당'(032-432-6948)과 '큰나루 소문난집'(032-421-3643)이 가장 붐빈다.

◇강화도 더리미 장어마을

강화대교를 건너 좌회전해 5분 남짓 달리다 보면 장어집들이 줄지어 있는 동네가 나온다. 더리미 장어는 살이 통통하고 부드러운 것이 특징.

가장 맛있다는 2년짜리 중간 장어만을 취급하고 있다고. 소금에 구워 담백하게 먹거나 매콤하게 고추장 양념구이로 먹는다. 달콤하고 깨끗한 맛을 원하면 간장구이도 괜찮다.

값은 1㎏에 4만원으로 어른 2~3명이 먹기에 적당한 양이다. 10여집 모두 20여년 가까이 장어만 고집해왔기 때문에 발닿는 대로 들어가도 별 문제없다.

◇부평의 해물탕골목

부평시장 로터리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해물탕집들은 '퀵 서비스'로 바다에서 막 잡아온 것같은 싱싱한 해물로 음식을 끓여낸다.

양이 푸짐하고 해물이 다양하다. 문어.낙지.쭈꾸미.대합.꽃게.소라.미더덕 등 20가지가 넘는 해물이 냄비 안에 빼곡하다.

해물탕 가격은 4만원(대).3만5천원(중.네명이 먹기에 적당).2만5천원(소)으로 모든 집이 똑같다. 이 골목에서 처음 해물탕을 시작한 곳은 '은성해물탕'(032-522-5814)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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