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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조세연 국감장 설전…"표현 과했지만 사과 안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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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이 과했던 건 분명한데…사과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자신이 그동안 한국조세재정연구원과의 지역화폐 실효성 논쟁 과정에서 페이스북에 쓴 ‘얼빠진’ ‘적폐’ ‘문책’ 등의 공격적 언사에 대해 19일 밝힌 입장이다.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다. 지난 9월 조세연의 지역화폐 관련 연구보고서를 쓴 송철호 부연구위원도 인터뷰 등에서 “이게(지역화폐가) 지방정부 정치인의 치적을 위한 사업이라고 해서”라는 게 이 지사가 밝힌 사과할 수 없는 이유였다. 이 발언은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증인으로 출석한 송 부연구위원에게 질의하는 과정에서 나왔지만 잠시 이 지사와 송 부연구위원 사이에 설전으로 이어졌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19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송경호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과 공개 설전을 벌였다. 이 지사가 송 연구위원의 답변을 듣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경기지사가 19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송경호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과 공개 설전을 벌였다. 이 지사가 송 연구위원의 답변을 듣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송=“지역 내 소상공인 보호라는 것으로 평가했고, 대안을 연구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결론이 ‘낭비다’ ‘손실이다’ 단정해서 국가 예산을 낭비하는 사업이라고 했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 연구만 해야지 왜 정치적 발언까지 나가느냐.”
▶송=“보고서엔 그런 내용이 없다.”

둘 사이 토론이 길어지자 다음 질의 순서였던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저도 질의 좀 합시다 이제”라고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김 의원의 질의 과정에서 송 부연구위원은 ‘정치적 목적’이란 발언 여부와 관련해 “(기자가)그렇게 볼 수도 있느냐고 물어서, 그렇다고 말했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보고서에 ‘정치적인’이란 표현이 계속 나온다”며 “명백한 위증”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19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옵티머스 로비 의혹 관련한 질의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19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옵티머스 로비 의혹 관련한 질의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채동욱 만났지만, 로비는 없어”=이 지사는 옵티머스 사건 연루설엔 재차 선을 그었다. “펀드 사기꾼이 거짓말을 한 문서에 대해 정치적 공격으로 1370만을 대표하는 도정을 훼손하면 안 된다”면서다. 옵티머스 자산운용이 지난 5월 8일 채동욱 전 검찰총장을 통해 이 지사에 경기 광주시 봉현물류단지 인허가 관련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정면돌파에 나선 것이다.

국민의힘은 전날(18일) 경기도가 지난 5월 11일 이 사업 관련 ‘기한 내 의견을 회신하지 않을 경우 이견없음으로 처리한다’는 공문을 관계기관에 보낸 사실을 공개하며 의혹에 무게를 실었다. 박수영 의원은 “이 공문은 채 전 총장을 만나고 나서 사흘 뒤인 5월 11일에 나갔다. (물류단지 인허가에) 반대 입장을 유지했으면서 협의 공문은 왜 이렇게 급하게 나갔느냐”고 따졌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도 “봉현물류단지 같은 사업의 추진이 사기를 용이하게 만들었다. 경기도가 신청이 들어왔을 때 잘라버렸어야 했는데 안 끊고 이어진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다른 공문·자료를 들어 보이며 야당의 주장을 반박했다. 5월 11일 자 공문과 관련해선 “10일 안에 반드시 답을 달라는 뜻이고, 모든 서류에 똑같이 쓴다. 전에 했던 것을 참고해서 그대로 보냈다”고 해명했고, 채 전 총장의 로비 의혹에 대해선 “만난 게 금요일(지난 5월 8일) 저녁인데 상식적으로 그날 낮까지 공무원들이 반대 입장이라 아무것도 안 하다가 월요일(11일)에 3~4시간 만에 기안문서를 발송하는 게 가능하냐”고 반문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19일 오전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 지사는 답변 도중 미리 준비한 자료를 꺼내들며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뉴스1]

이재명 경기지사가 19일 오전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 지사는 답변 도중 미리 준비한 자료를 꺼내들며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뉴스1]

이 지사는 채 전 총장과 면담 목적을 묻는 박완수 국민의힘 의원의 말에 “사적인 만남으로, 여러 사람이 같이 만났다. 그런(물류단지) 얘기는 들은 기억이 없다”고 답했다. 박 의원이 “옵티머스의 가장 주요한 프로젝트인데 고문이었던 채 전 총장이 물류단지 지정권자인 도지사를 만나 사업 얘기를 안 했다는 게 상식적으로 얘기가 안 된다”고 하자 이 지사는 4월 29일 자 보고 문건을 제시하며 맞섰다. 이 지사는 “4월 28일 신청이 들어와서 매뉴얼에 따라 했다. 광주시에 묻지 않아도 도지사 권한으로 할 수 있는데 굳이 보내 광주시가 반대해서 사실상 제동이 걸린 상태”라며 “제가 채 전 총장이 이런 부탁을 할 걸 예상하고 시킨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기본소득, 차베스 같아”=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이 지사를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에 비유했다. 김 의원은 “이 지사께서 토지보유세를 올리거나 국토보유세를 신설해 돈을 주는 기본소득 자원을 마련하자고 했는데, 차베스와 토지를 바라보는 관점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에 이 지사는 “나를 포퓰리스트로 규정하는 것 같은데, 아니다”라며 “베네수엘라는 석유산업 의존도가 90% 이상이었는데, 국제 유가가 떨어지면서 감소한 재정 수입과 미국의 경제 제재 등 때문에 망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수원=하준호 기자, 김수현 인턴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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