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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잡은 아던 총리, 뉴질랜드 선거역사 새로 썼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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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17일 저녁 노동당의 총선 축하행사에서 연설 중인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EPA=연합뉴스]

17일 저녁 노동당의 총선 축하행사에서 연설 중인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EPA=연합뉴스]

17일(현지시간) 저신다 아던(40) 뉴질랜드 총리의 집 앞에서 총선 결과를 기다리던 시민들과 기자들에게 아던 총리의 약혼자인 클라크 게이포드는 직접 잡은 물고기로 만든 요리와 사슴 고기를 대접했다.

노동당 49% 득표율 50년 만에 최고 #24년 만에 첫 단독 과반으로 재집권 #아던 “모든 국민 위한 정부 되겠다”

워싱턴포스트(WP)는 18일 “뉴질랜드가 (지난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자가 102명에 불과할 때 봉쇄 조치를 내린 건 ‘정치적 도박’이었으나 결국 성과를 거뒀다”면서 “아던 총리의 파트너가 집에서 만든 요리를 집 밖 사람들과 나눠 먹을 정도로 뉴질랜드는 정상 생활로 돌아왔다”고 평했다.

코로나19 방역 성공에 기반해 재집권할 것이란 국내외 전망대로 아던 총리는 이날 치러진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3년 임기의 국회의원 120명을 뽑는 이번 선거에서 아던 총리가 이끄는 진보·중도좌파 성향의 노동당은 49% 득표율로 1996년 현 선거제도 도입 후 24년 만에 단독 과반(64석)을 달성했다. 야당인 보수·중도우파 성향의 국민당은 27%(35석) 득표율에 그쳤다. 뉴질랜드는 집권당 대표가 총리가 되는 내각책임제다.

WP는 “가을·겨울로 접어들며 코로나 재확산 위기에 직면한 (각국) 정부들에게 아던 총리의 승리는 ‘유권자들은 정부가 전염병을 억제하길 진정 원한다’는 교훈을 준다”고 진단했다.

아던은 승리 연설에서 “노동당은 지난 50년 역사 중 가장 큰 지지를 받았다. 모든 뉴질랜드 국민을 위해 일하는 정부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7년 총선 때 46석을 얻은 노동당은 군소 정당들과 연립해 겨우 과반을 만든 바 있다. AP통신은 “아던 총리가 유세장에 나타나면 사람들은 록스타가 등장한 것처럼 환호하고 사진을 찍자고 했다”며 아던 총리의 인기가 노동당 승리의 배경이라고 소개했다.

뉴질랜드는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 사태 속에 ‘코로나 청정국’이란 명성을 얻었다. 그 비결로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봉쇄 조치’가 꼽힌다. 코로나19 확진자가 28명이던 지난 3월 19일 외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했고, 102명으로 늘어난 같은 달 23일엔 필수 사업장 제외 모든 상점과 학교의 문을 닫았다. 이후에도 5주간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행했다.

지역사회 감염자 ‘0’상태가 한 달 이상 지속한 지난 6월 아던 총리는 “코로나와의 싸움에서 승리했다”고 선언했다. 이후 약 100일 만에 오클랜드에서 감염자가 발생하자 바로 도시 전역을 봉쇄했다. 9월 예정됐던 총선도 연기했다. 방역은 다시 성공했다.  BBC는 아던 총리가 총선에는 승리했지만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 침체에 빠진 경제를 어떻게 살려낼지는 숙제라고 전했다.

한인 의원 멜리사 리 5선 성공

멜리사 리

멜리사 리

지난 2008년 정계로 진출한 방송인 출신 한인 멜리사 리(54·사진) 국민당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5선 고지에 올라섰다. 오클랜드 마운트앨버트 지역구에서 아던 총리와 맞붙어 패했지만, 국민당 비례대표로 연속 다섯 번째 국회 진출에 성공했다. 리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의정 활동을 더 열심히 해 교민들의 응원에 보답하겠다”며 “뉴질랜드 학생들이 학교에서 한국어를 제2 외국어로 배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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