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혈압 고협압과 달리 사망률 안높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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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나 몸무게는 알아도 정작 자신의 혈압이 어느 정도인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중년 이후 건강관리엔 혈압만큼 중요한 수치도 없다.

고혈압이 심장병과 뇌졸중 등 각종 성인병의 뿌리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혈압만큼 잘못 알려진 상식이 많은 의학용어도 드물다는 것. 무엇을 잘못 알고 있는지 분야별로 짚어 본다.

◇저혈압이 고혈압보다 무섭다?

저혈압은 대량으로 피를 흘리는 쇼크 상태로 혈압이 갑자기 떨어지는 경우가 아닌, 체질적으로 혈압이 낮은 경우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연세대 의대 원주캠퍼스 예방의학교실 박종구 교수팀이 최근 40세 이상 성인 69만여명을 대상으로 7년 동안 혈압과 사망률의 관계를 조사한 결과 저혈압은 고혈압과 달리 사망률을 높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교수는 "고혈압은 혈압이 높을수록 사망률이 증가했지만 저혈압은 사망률 증가와 관련이 없다는 것이 대규모 역학조사를 통해 입증됐다"며 "혈압이 낮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최저 혈압이 더 중요하다?

지금까지 환자는 물론 의사도 높은 쪽인 수축기 혈압보다 낮은 쪽인 이완기 혈압에만 관심을 가져왔다.

그러나 최근 혈압 관련 연구결과들은 수축기(최고) 혈압이 훨씬 중요하다고 결론짓고 있다. 직접적으로 혈관손상을 일으켜 관상동맥 질환.뇌졸중의 발생률과 사망률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최고 혈압이기 때문이다.

이완기(최저) 혈압이 정상이라도 수축기 혈압이 1백40을 넘으면 주의해야 하며 1백60 이상이면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

◇무조건 싱겁게 먹어야 한다?

과거 고혈압 치료의 금과옥조였던 저염식에 대한 학계의 해석이 달라지고 있다. 미국 고혈압학회를 비롯한 연구기관들은 최근 잇따라 저염식이 오히려 사망률을 높이는 등 몸에 해롭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고 있다.

다만 미국 국립보건원은 불충분한 임상자료에 근거한 신중치 못한 발표라며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저염식이 과거처럼 중요한 생활수칙은 못된다는 것.

저염식 무용론에 대한 학계의 일반적 견해는 중간적 입장이다. 즉 짜게 먹는 것은 피해야 하지만 강박적으로 싱거운 음식을 고집하진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싱겁게 먹다가 입맛을 잃을 경우 오히려 노인들의 건강을 해칠 염려가 있다.

◇뒷목이 뻐근하면 고혈압이다?

뒷목이 뻐근한 증상이나 어지럼증.두통 등을 고혈압에서 비롯된 증상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고혈압은 대부분 특별한 증상이 없다. 고혈압에 '침묵의 살인자'란 별명이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정기적인 혈압 측정을 통해 혈압을 낮추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목 뒤가 뻐근한 것은 대부분 스트레스로 인해 근육이 뭉쳐 생긴 것일 뿐 고혈압과는 무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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