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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정부, 中눈치 봤나…해리스 韓해군기지 방문 퇴짜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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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가 지난 8월 해군 기지를 찾으려다 정부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해군 제독 출신인 해리스 대사는 현역 때부터 대북ㆍ대중 강경파로 잘 알려졌다. 그런 그의 군부대 방문을 정부가 북한과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불허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 대중국 포위망 한국 참여 권유시점 #해리스 대사는 대표적 대중 강경파 #"방문 불허는 외교적으로 미숙" 비판도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가 지난 13일 해양경찰청을 방문해 한ㆍ미 해양 안전 협력에 대해 논의했다. [해리 해리스 대사 트위터 캡처]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가 지난 13일 해양경찰청을 방문해 한ㆍ미 해양 안전 협력에 대해 논의했다. [해리 해리스 대사 트위터 캡처]

14일 국방부와 합참에 따르면 해리스 대사의 지난 8월 해군 기지 방문 일정은 군 당국이 검토를 거쳐 승인했지만, 최종 단계에서 무산됐다.

관련 사정을 잘 아는 익명의 정부 소식통은 “당시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협상(SMA) 결렬 등 한·미 동맹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해리스 대사가 군부대를 들르는 게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며 “정부 내부에서 해리스 대사를 탐탁지 않게 여긴 정서 탓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방문이 불허된 후 해리스 대사가 이후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에 항의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해리스 대사는 두 달이 지난 13일 해군기지 대신 인천 송도의 해양경찰청에서 한·미 해양 안전 협력을 논의했다.

2017년 8월 당시 태평양사령관이었던 해리 해리스 해군 대장(앞줄 맨 오른쪽)이 경북 성주의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기지를 찾아 시설을 둘러 보고 있다. [사진 미 전략사령부]

2017년 8월 당시 태평양사령관이었던 해리 해리스 해군 대장(앞줄 맨 오른쪽)이 경북 성주의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기지를 찾아 시설을 둘러 보고 있다. [사진 미 전략사령부]

군 관계자는 “미국은 당시 물밑에서 미국·인도·호주·일본의 협력체인 쿼드(Quad)에 한국이 참가할 것을 권유하고 있었다”며 “해군에서 쿼드 국가간 군사협력이 가장 활발한데 해군 출신 미 대사가 한국 해군 기지에서 사진을 찍는다면 중국을 자극할 게 뻔하다”고 말했다.

특히 해리스 대사는 미군 태평양사령관이었던 2015년 중국이 아시아 국가들과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 지역의 암석과 암초를 매립해 군사 기지를 만드는 데 대해 “모래 만리장성을 쌓고 있다”고 비난했다. 중국 언론은 미·일 혼혈인 해리스 사령관이 모계 쪽인 일본 편을 들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부로선 해리스 대사가 대북 강경 입장을 밝혀왔다는 점에서 해군기지 방문을 부담스러워 했다는 후문이다. 그는 4월 19일 고고도 무인정찰기 RQ-4 글로벌호크가 공군에 인도된 사실을 트위터로 공개했다. 당시 국방부는 도착 사실조차 확인해 주지 않은 상황이었다. 미국 대사가 먼저 공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정부가 외교적으로 미숙하게 대응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신범철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외교안보센터장은 “해리스 대사를 해군 기지로 불러 우리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한 뒤 본국 정부로 전달하게 하는 게 깔끔한 외교적 대응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4월 19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가 고고도 무인정찰기인 RQ-4 글로벌호크가 한국에 도착한 사실을 트위터에 공개했다. [해리 해리스 대사 트위터 계정 캡처]

지난 4월 19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가 고고도 무인정찰기인 RQ-4 글로벌호크가 한국에 도착한 사실을 트위터에 공개했다. [해리 해리스 대사 트위터 계정 캡처]

이에 대해 국방부는 “해리스 대사가 직접 해군 부대에 방문을 요청한 사실이 있다”면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연합훈련 등의 상황을 고려해달라는 국방부 의견에 따라 취소됐다”고 해명했다.

미 대사관측은 “해리스 대사는 기지 방문을 초청받았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아 올해 후반으로 연기했다”며 “한국 정부에 항의의 뜻을 전한 일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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