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포츠는 내친구] '국궁' 마음을 다스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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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일본을 방문한 부시 미국 대통령이 고이즈미 일본 총리와 함께 궁술 시범을 참관하는 모습을 TV로 지켜보면서 한국의 궁사(弓士)들은 씁쓸함을 삼켜야 했다.

예부터 중국이 창, 일본이 검을 무예의 기본으로 삼아왔다면 한국은 활을 중시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국궁이 젊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 쏘아서 맞지 않으면 자신의 마음가짐과 자세를 다시 살핀다. 한 여성 궁사가 서울 종로구 황학정에서 국궁을 즐기고 있다.

'국궁 1번지'라는 서울 종로구 사직동 황학정(黃鶴亭.02-738-5734)을 찾아나섰다. 서울 한복판에 이런 곳이 있었던가. 인왕산 산기슭에 자리잡은 이곳에 서니 서울의 도심이 내려다 보인다.

활을 쏘는 곳, 이른바 사정(射亭)은 대부분 이처럼 경관이 수려한 곳에 자리잡고 있다고 한다.

이곳의 '사두'(射頭)인 이동희(71.전 서울산업대 총장)씨는 '국궁은 단지 무예가 아니라 심신 수련 활동'이라고 여러번 강조했다. 사두는 사원 중에서 경륜과 인품을 갖춘 우두머리를 일컫는 말이다.

사원(射員.활을 쏘는 회원)중 한명이 화살을 매긴 활을 하늘을 향해 세우는 듯 하더니 이내 과녁을 겨냥한다.시위를 놓는 순간 화살은 허공을 가르며 멀리 1백45m 떨어진 과녁을 쏘아 맞힌다.

하지만 사대(射臺)주변에는 정적이 흐른다.'습사무언'(習射無言).활을 쏠 때는 말을 하지 않는게 원칙이기 때문이다.'활을 쏜다'는 표현 대신 '활을 배운다'고 하는 것이 예사롭지 않았다.

이곳에서 활을 쏘는 회원들은 1백여명, 이중 20여명이 여성이다. 연령은 20대에서 80대까지 다양하다. 회원들은 한번 오면 열 순(巡), 즉 50발 정도를 쏘고 간다. 국궁이 과연 운동이 될까.

7년 전 활을 잡았다는 강경숙(54.여.서울 염리동)씨는 "시위를 당길 때는 항상 하체에 힘을 모으게 되기 때문에 뱃살이 들어가고 소화력이 좋아진다"고 그 효과를 자랑한다.

또 "국궁 역시 양궁처럼 개인의 체력에 적당한 인장력을 갖춘 활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여성이 즐기기에도 무리가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1백45m나 떨어진 과녁을 어떻게 맞힐 수 있을까. 회원들의 설명은 이랬다. "활을 쏠 때는 '꼭 맞혀야지'하는 집착을 버려야 합니다. 그래야만 화살이 제대로 나가죠."


▶ 국궁은 깍지를 낀 엄지 손가락으로 시위를 걸고 검지와 중지를 엄지 위에 덮어서 줄을 당긴다(右). 오른손잡이의 경우 양궁은 활의 왼편에, 국궁은 활 오른편에 살을 매긴다는 것도 차이점이다(左).

◇국궁 따라잡기=전국에 국궁을 즐길 수 있는 곳은 3백20여곳에 이른다. 동호인 수는 3만명.

대한궁도협회 02-420-4261(http://kungdo.sports.or.kr)에 문의하면 주거지에서 가까운 사정을 소개받을 수 있다.

황학정의 경우 5만원을 내면 두 달 동안 기본 자세를 배울 수 있다. 강습이 끝나고 30만원의 가입비를 내면 정식 회원이 된다 회원들은 월 3만원의 회비를 내면 사정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

보급형 개량궁의 경우 35만원 정도면 활.화살 등 장비 일체를 구입할 수 있다. 국궁에 입문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디지털 국궁신문 홈페이지(www.archerynews.com)에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사진=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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