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우승 꿰찬 ‘빨간 바지 마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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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확정짓고 환호하는 김세영. 데뷔 6년 만에 메이저 대회 첫 승을 거두는 순간이었다. [AP=연합뉴스]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확정짓고 환호하는 김세영. 데뷔 6년 만에 메이저 대회 첫 승을 거두는 순간이었다. [AP=연합뉴스]

 12일(한국시각)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뉴타운 스퀘어의 애러니밍크 골프클럽.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 나선 김세영(27)은 먹잇감을 물고 끝까지 늘어지는 맹수 같았다.

김세영, KPMG 여자 PGA 정상에 #통산 11승, 6시즌 연속 우승 기록 #우승 경쟁한 박인비도 “언터처블”

2타 차 선두로 출발한 김세영은 상징인 빨간 바지를 입었다. 견고한 플레이를 이어가던 그는 후반 들어 날카로운 샷과 흔들리지 않는 퍼트로 리드를 이어갔다. 이날 보기 없이 버디 7개를 잡아낸 그는 합계 14언더파로 우승했다. 박인비(9언더파)를 5타 차로 제쳤다.

2015년 LPGA 진출 이후 6시즌 만에 첫 메이저 타이틀이다. 우승 상금은 64만5000달러(약 7억4000만원).

김세영은 “첫 메이저 우승이다. 눈물을 참고 싶은데 언제 터질지 모르겠다.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 부담감도 토로했다. 그는 “전날 잘 때부터 압박을 느꼈다. 대회장에 예상 도착 시각보다 30분 늦었다”고 털어놨다.

김세영은 또 “1998년 박세리 프로님이 US여자오픈에서 우승했을 때 ‘나도 메이저에서 우승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다. (상금이 가장 많은) 지난해 시즌 최종전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 우승 때 기뻤다면, 이번엔 뭔가 감동적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김세영이 12일 LPGA 투어 메이저 대회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확정짓자 캐디 폴 푸스코(오른쪽)가 함께 기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김세영이 12일 LPGA 투어 메이저 대회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확정짓자 캐디 폴 푸스코(오른쪽)가 함께 기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김세영은 LPGA 투어 11승을 달성했다. 박세리(25승), 박인비(20승)에 이어, 신지애와 함께 나란히 한국인 LPGA 투어 최다승 공동 3위가 됐다. 데뷔 후 6시즌 연속으로 매 시즌 우승하는 진기록도 이어갔다. 2015년 3승을 시작으로, 2016년 2승, 2017년 1승, 2018년 1승, 지난해 3승을 기록했다. 두 레전드 박세리, 박인비도 세우지 못한 기록이다. 박세리는 2001~04년, 박인비는 2012~15년 등 4시즌 연속우승이 전부다.

김세영은 이번 대회에서 박인비와 우승 경쟁을 펼쳤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 “좋아하는 언니와 대결했다는 것 자체가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김세영이 셀카를 찍으며 자축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김세영이 셀카를 찍으며 자축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김세영을 향한 찬사가 이어졌다. 박인비는 “김세영은 최종 라운드에서 언터처블(넘볼 수 없는)이었다. 메이저 우승자다운 플레이를 펼쳤다”며 축하했다. AP는 “메이저 타이틀 없이 가장 많이 우승한 골퍼라는 반갑지 않았던 꼬리표를 뗐다”고 전했다. 미국 골프 다이제스트는 “대회가 김세영의 우승을 가로막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메이저 역사상 가장 인상적인 마무리를 펼쳤다”고 평가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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