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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라면형제' 형은 피부이식, 동생은 질문에 고개 끄덕끄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14일 오전 11시16분쯤 인천시 미추홀구의 한 빌라 건물 2층 에서 불이 나 초등생 형제 2명이 중상을 입었다. [미추홀소방서]

지난달 14일 오전 11시16분쯤 인천시 미추홀구의 한 빌라 건물 2층 에서 불이 나 초등생 형제 2명이 중상을 입었다. [미추홀소방서]

엄마가 집을 비운 사이 끼니를 해결하려다 난 화재로 중태에 빠졌던 초등생 형제의 형이 피부이식 수술을 받는다. 이들 형제는 지난 추석 연휴 기간 상태가 호전돼 일반병실로 옮겨졌다.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형 A군(10)는 7일 두 번째로 피부이식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온몸의 절반 가량에 3도 화상을 입은 A군은 지난달 16일 1차 피부이식 수술을 받았고, 사고 11일만인 지난달 25일 의식을 되찾았다. 그는 퇴원 후에도 지속적인 이식치료가 필요한 상태다. 동생 B군(8)은 다리 등에 1도 화상을 입었지만 대화를 시도하면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의식을 회복했다. 의료진은 B군의 경우 유독가스 흡입에 따른 호흡기 치료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인천의 아동보호전문기관(아보전)은 형제의 어머니가 두 아들을 방임한다는 신고를 2018년 9월 이후 세 차례 접수한 뒤 인천가정법원에 피해 아동 보호 명령을 청구했다. 이후 법원은 A군 어머니에게 1주일에 한 번씩 6개월 동안 상담, A군과 B군은 12개월 동안 상담하라는 상담위탁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상담은 바로 이뤄지지 못했다.

코로나19확산세가 거세지며 학교 수업도 비대면으로 진행됐고 아이들은 집에 단둘이 있는 날이 늘었다. 지난달 14일 오전 11시 10분쯤 이들 형제가 끼니를 해결하려던 중 불이 났고 중화상을 입는 사고로 이어졌다. 당시 집에 없던 A군의 어머니는 B군에게 ‘집에 불이 났다’는 연락을 받고 귀가했으나 아이들은 병원에 이송된 상태였다.

형제의 화재사고를 계기로 아보전의 대면 안전 모니터링 주기를 단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허종식 의원은 “A군과 B군의 경우 아보전이 법원에 피해 아동 명령 청구를 제기한 이후 대면 안전 모니터링을 월 1회 실시한 데 그쳤다”며 “안전 모니터링 주기를 단축하는 동시에 불시 가정방문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업무 수행지침을 개정하는 등 아동학대 대응체계에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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