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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크루즈 우주정거장서 영화 찍는다···민간 탐사 시대 본격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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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버진갤럭틱이 공개한 미국 캘리포니아 상공 81km 우주 가장자리 시험 비행 모습. [EPA=연합뉴스]

버진갤럭틱이 공개한 미국 캘리포니아 상공 81km 우주 가장자리 시험 비행 모습. [EPA=연합뉴스]

“지구는 푸른 빛이다. 멋지고 경이롭다.”1961년 인류 최초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이 처음 지구의 모습을 내려다보며 경탄한지 59년이 지났다. 그 사이 산업은 발전을 거듭했고, 우주는 이제 우주인만 갈 수 있는 곳이 아니게 됐다. ‘누구든지 돈만 내면’ 우주에 갈 수 있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스페이스Xㆍ블루오리진ㆍ버진갤럭틱 등 3대 우주 기업들은 우주 공간 상업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우주로 가는 상품을 판다고 해서 다 같은 우주 여행이 아니다.

➀스페이스X=화성 정착촌 건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스페이스X의 꿈은 ‘인류가 여러 행성에 나눠서 거주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2050년까지 화성에 8만명이 거주할 수 있는 도시를 건립하려고 한다. 화성은 여러 행성 가운데 가장 지구와 닮은 곳으로 꼽힌다. 일단 목성과 달리 두 발을 딛고 설 수 있는 암석으로 이뤄졌고, 산맥과 협곡이 있다. 지표면 온도는 평균 영하 60도지만, 여름 적도 부근은 영상 20도까지 올라간다.

지난 8월 시험 비행에 성공한 스타십 [EPA=연합뉴스]

지난 8월 시험 비행에 성공한 스타십 [EPA=연합뉴스]

스페이스X의 목표는 2024년 승무원이 탑승한 유인 우주선을 화성으로 보내는 것이다. 지난 8월에는 이를 위해 개발중인 차세대 유인 왕복선 ‘스타십’ 시제품의 1차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 상업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비용 절감’이라는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 지난해 미국 항공우주국(NASA) 감사실 분석에 따르면 스페이스X가 우주인 1명을 보내는 데 드는 비용이 5500만 달러(약 677억원)였다.

스페이스X는 로켓 재사용 기술을 통해 이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로켓을 다시 회수해 재활용할 경우 발사 비용이 10분의 1로 줄어든다. 머스크는 이에 대해 “선진국 사람들 대부분이 지구에 있는 집을 팔면 화성으로 이주할 수 있는 충분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➁블루오리진=지구 중공업 우주로 이전
아마존 CEO인 제프 베조스가 설립한 블루오리진은 우주를 개발해 지구 환경에 도움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에너지 사용이 많은 중공업 등을 우주로 옮기고, 지구는 인간이 사용할 수 있도록 비워두자는 것이다.

지난해 5월 공개된 달 착륙선 블루문 [AP=연합뉴스]

지난해 5월 공개된 달 착륙선 블루문 [AP=연합뉴스]

스페이스X가 화성을 점찍은 것과 달리, 블루오리진은 달을 목적지로 정했다. 블루오리진은 NASA의 달 탐사계획인 아르테미스(Artemis)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한다. 2024년에 미국인을 달에 보내는 게 목표다.

베이조스는 화성보다는 지구와 가깝고 물과 햇빛이 있는 달이 인류의 다음 정착지로 적합하다고 본다. 지난해 5월 달 착륙선 ‘블루문’을 공개하면서 “우리의 목표는 화성보다는 달이며, 달이 더 현실적인 목적지”라고 말했다. 머스크의 화성 이주 계획을 간접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블루오리진은 현재 지구와 우주의 경계선(상공 100㎞)을 살짝 넘는 106㎞ 상공까지 올라가 준궤도 지역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24일 재사용로켓인 ‘뉴 셰퍼드’를 발사하려고 했지만 로켓의 전력 공급 문제로 발사가 연기됐다.

➂버진갤럭틱=우주 여행
버진 갤럭틱은 영국 기업가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세운 기업이다. 대중들의 우주여행 실현을 목표로 한다. 2018년 12월 첫 유인 우주시험비행에 성공했다. 지난달 우주여객기 ‘스페이스십2’의 내부 디자인을 공개했다. 전문 훈련을 받은 우주인이 아니라 일반인 승객을 태우는 관광용 우주선이다. 지구 대기권 끝자락인 고도 80여㎞ 주변으로 상승해 지구와 우주를 동시에 조망할 수 있다. 탑승권 가격은 25만달러(약 3억원)이다. 현재 티켓을 구매한 사람은 600여명이다.

버진갤럭틱이 공개한 스페이스십2의 내부 [AP=연합뉴스]

버진갤럭틱이 공개한 스페이스십2의 내부 [AP=연합뉴스]

미국 CNBC 방송에 따르면 버진갤럭틱은 다음달 스페이스십2에 승무원을 태워 우주비행 테스트를 진행한다. 테스트에 성공하면 내년 상업 비행을 시작할 계획이다. 버진갤럭틱은 당초 올해 여름부터 상용 우주여행을 시작하려고 했다가 일정을 내년으로 미뤘다.

시험 비행중인 '버진 스페이스쉽 유니티'(VSS Unity) [AP=연합뉴스]

시험 비행중인 '버진 스페이스쉽 유니티'(VSS Unity) [AP=연합뉴스]

에스티로더 CF에 톰크루즈 영화 촬영까지…우주 본격 상업화

지난 5월 스페이스X가 민간 최초 유인 우주선이 발사에 성공하자 전문가들은 “우주가 본격적으로 상업화 된다는 신호탄”이라고 분석했다. 정부가 개발과 발사를 독점하던 시대를 지나 민간 우주 탐사 시대의 문이 열린 것이다.

실제 상업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일명 ‘갈색병’ 에센스로 유명한 화장품 브랜드 에스티로더는 최근 NASA와 우주 광고 촬영 계약을 체결했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스킨 세럼 ‘어드밴스드 나이트 리페어’에 대한 광고 사진과 영상을 촬영한다. 에스티로더는 로켓 운송료로 NASA에 12만8000달러(약 1억 5000만원)를 지불했다. 26일(현지시각)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에스티로더는 미국 버지니아 월롭스에서 발사된 로켓에 에센스 10병을 실어 보냈다. 로켓이 ISS에 도착하면 지구를 배경으로 광고를 촬영할 계획이다.

민간인 우승자를 ISS에 보내는 ‘우주 리얼리티 쇼’도 처음으로 제작된다. 미국 영상제작사 ‘스페이스히어로’는 우주에서 촬영하는 TV 프로그램 제작을 추진하고 있다. 2023년 방영 예정이다. 이를 위해 스페이스X의 유인 우주선인 ‘크루 드래건’ 좌석도 확보했다.

과거 NASA가 이러한 종류의 프로그램에 촬영 허가를 내주지 않은 것과는 사뭇 달라진 태도다. NASA는 그동안 ISS의 상업적 이용을 금지하고 우주 비행사의 영리 목적 연구 참여도 엄격하게 배제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NASA의 상업화에 대한 방침이 달라지면서 기류가 변했다. 미국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 톰 크루즈는 NASA와 함께 ISS에서 영화를 찍을 예정이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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