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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접종 사례 없다더니…‘상온 노출’ 독감 백신 최소 105명 맞아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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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5호 08면

서울 한 병원에서 간호사가 독감 백신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한 병원에서 간호사가 독감 백신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상온 노출’ 사고로 사용이 중지된 독감(인플루엔자) 백신중 일부 물량이 시중에 유통된 것으로 드러났다.

정은경 “이상 반응 아직 없어” #부작용보다 효능 떨어질 듯 #만 12세 이하 무료접종 재개

질병관리청은 정부와 백신 조달 계약을 맺은 신성약품이 지난 21일까지 일선 병원과 보건소로 배송한 독감 백신 일부를 만 13~18세 청소년과 성인에게 실제 접종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25일 밝혔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서울, 부산, 전남·북 지역에서 105명이 접종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접종자에 대해 이상 반응 조사를 시행 중이고, 현재까지 이상 반응이 보고된 건은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신성약품과 계약한 공공조달 물량은 1259만 명분이다. 이 중 578만 명분, 전체 46%에 해당되는 백신이 21일까지 전국 256개 보건소와 1만8101개 의료기관에 공급됐다.

정부는 전날까지만해도 시중에 유통된 신성약품의 백신 가운데 실제 접종까지 이뤄진 사례는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정 청장은 “백신 상온 노출 의심 신고를 받은 게 20일 오후고, 국민 안전을 위해 접종을 잠시 중단하기로 하고 이를 21일 오후 10시 넘어서 공문을 통해 전달됐다”며 “전국 2만 개에 달하는 의료기관에 그런 정보를 다 안내해 드리지 못했고, 일부에서 중단 내용을 모른 채 일찍 접종한 분들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한 민간 병원에서는 정부 공급 백신(무료접종)과 병원이 자체 구매하는 백신(유료접종)을 구분해 접종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즉 정부 공급물량인 신성약품 백신을 60여명의 유료 접종에 사용했다는 설명이다. 질병청은 해당 병원이 백신 접종사항은 준수하지 않아 계약해지를 통보했다고 전했다.

앞으로 조사에서 문제의 백신을 접종한 사람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전주시 보건소는 이날 오후 신성약품 백신 179명 분이 시민들에게 접종됐다고 밝혔다. 질병청이 발표한 105명보다 74명 분이나 많다. 정 청장은 “105명은 전날까지 확인한 수치고 계속 병원 조사를 진행 중이어서 접종자 수가 변동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온 노출된 신성약품 백신 물량이 어느 정도인지, 백신 안전성에 어떤 문제가 생겼는지 등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에서 확인될 전망이다.

식약처는 현재 1차로 상온 노출이 의심되는 백신을 검사하고 있으며, 유통과정상 상온노출이 추정되는 제품을 2차로 확대해서 검사를 확대 진행할 계획이다. 품질 안정성 조사는 2주 정도가 소요된다. 현재까지 확인된 부분은 신성약품이 백신 일부 배송 과정에서 냉장차의 문을 열어놓거나, 제품을 땅바닥에 내려놓는 등 ‘냉장유통’(콜드체인)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신성약품 측은 냉장유통이 안 지켜진 건 지극히 일부이고, 상온 노출 시간도 짧다고 주장한다.

의료 전문가들도 상온 노출 백신을 맞을 경우 신체적으로 부작용이 생기기보다 백신의 효과, 즉 독감 예방 효능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무력감, 발열 등을 수반하는 전신반응은 급성 부작용으로 48∼72시간 이내에 발생한다”면서 “현재까지 이상 사례 보고가 없다면 향후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은 작지만 효능, 효과가 다소 떨어질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청장은 “전문가 자문회의에서 상온노출될 경우 백신 효과가 저하될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검사 필요성을 확인했다”면서 “인플루엔자 백신은 통상적으로 25도에서 최소 14일, 최대 6개월까지는 품질이 유지되었다는 시험결과가 있어 국민들께서 너무 과도하게 불안해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질병청은 식약처의 백신 품질조사에서 안전성이 확인되면 신성약품의 나머지 정부조달 백신에 대한 무료 접종을 재개할 계획이다. 아울러 25일 오후부터 만 12세 이하 어린이와 임신부를 대상으로 한 독감 백신 접종을 재개했다.

염태정·백민정 기자 yo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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