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그룹 명예회장 김준성 "경락·냉수 마찰로 청춘처럼 살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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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7시 서울 청담동 한양아파트옆 강변 공원.

조용하던 공원에 비둘기 떼가 모여들면서 갑자기 소란해졌다. 매일 아침 자신에게 먹이를 주는 팔순의 소설가가 걸어오는 것을 눈치챈 것이다. 경제 부총리를 지낸 김준성(81.金埈成) 이수그룹 명예회장이다.

그의 겨울 아침은 비둘기 모이 주기로 시작한다. 겨울철 먹이가 궁한 비둘기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올해초 장편소설 '비둘기 역설(문이당 간) '을 내놓는 등 왕성한 필력을 자랑하는 그는 예사롭지 않은 몸 관리법을 갖고 있다.

오전 5시 기상 직후 잠자리에 누워 경락 마찰을 시행한다. 이마부터 시작해 발끝까지 각 분야별로 경락 부위를 36번씩 손으로 눌러 준다. 이것만으로도 추위를 이기게 된다.

이어 욕실에 가서 냉수 마찰을 한다. 예전엔 머리부터 찬물을 끼얹고 시작했으나 심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의사의 말에 따라 1년전부터 다리부터 미지근한 물로 피부가 벌겋게 될 때까지 수건으로 문지른다.

다시 침대로 돌아가 다리 들어올리기 등 허리 운동을 한다.

30년 가까이 거의 매일 시행해온 그만의 건강법이다. 소요 시간은 30분 남짓.

이번엔 만보계를 차고 집 앞 공원에 나가 비둘기 모이 주기와 산책을 한다. 대개 5천보는 걷는다.

이렇게하면 감기를 모르고 겨울을 난다.

"1975년 제일은행장으로 부임하면서 체력이 약해 많이 고생했습니다. 당시 키가 1백77㎝인데 체중은 고작 60㎏이었지요. 술과 담배도 많이 했어요. 당뇨도 생기고 콜레스테롤도 높아졌습니다. 이래선 안되겠다 싶었지요."

아침식사 대신 찰떡을 먹게 된 것도 이때부터였다. 그는 찰떡 만드는 기계를 아예 집에 두고 찰떡을 먹는다.1백20g짜리 찰떡에 콩죽을 곁들인다.

"찰떡은 오래 씹어야합니다. 그러다보니 음식을 천천히 먹게 되고 소화도 잘돼 위장에도 좋지요."

그래서인지 지금은 수십년 째 70㎏의 건실한 체중을 유지하고 있다. 한때 콜레스테롤 수치가 2백50㎎/㎗를 웃돌기도 했지만 지금은 1백80㎎/㎗로 내려왔다.(정상은 2백 이하)

경제관료의 기획력도, 사업가의 추진력도, 예술가의 영감도 모두 체력이 뒷받침돼야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1백살까지 현역을 지키겠다는 의욕이다.

그가 손꼽는 또 하나의 건강 비결은 문학에 대한 열정이다.

58년 '현대문학'에 소설가 김동리씨의 추천으로 단편 '인간 상실'을 발표하면서 등단한 그는 부총리, 한국은행 총재, 삼성전자 회장 등 공직과 재계의 요직을 거치면서 문학의 꿈을 접어야했다.

그러나 83년 공직을 마감하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으며 작년 3남인 상범씨에게 이수그룹 경영을 물려준 이후 문학에만 전념하고 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회사에 출근해서도 전날 밤 자신이 쓴 원고를 퇴고하는데 시간을 보낸다. 요즘은 글쓰는 재미로 지인들과 어울리던 저녁모임도 일부러 삼간다.

늦깎이 문학도로서 인생을 살고 있는 셈. 지금까지 8권의 소설을 펴냈다.

요즘도 매일 5장씩 원고를 쓰고 매달 2권을 책을 읽고 있다는 그는 "나에게 문학은 단순한 취미활동이 아니라 삶에 에너지를 불어넣는 원천"이라고 말했다.

요즘은 중년 실직자의 삶과 애환을 그린 '사과와 라이터'란 단편소설을 집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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