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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디지털 세상 읽기

데이터에 배고픈 기업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박상현 (사)코드 미디어디렉터

박상현 (사)코드 미디어디렉터

유튜브에 영상을 하나 보러 들어갔다가 추천 영상들을 잇따라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건 우연히 생기는 일이 아니며, 엔지니어들이 사용자들을 연구한 결과로 만들어낸 추천 알고리듬의 힘이다.

그럼 콘텐츠 추천 알고리듬의 궁극은 어떤 것일까? 어떤 이는 그 모습을 “유튜브에 들어가면 단 하나의 영상만 뜨는” 것으로 설명한다. 유튜브는 당신이 묻기도 전에 원하는 영상을 찾을 수 있고, 그걸 본 후에도 계속해서 볼 수밖에 없는 영상을 추천하게 되는 것이 추천 알고리듬의 정점이라는 것이다.

이게 가능한 일일까? 가능하다. 그러나 조건이 있다. 기업들이 사용자에게서 더 많은 정보를 가져갈 수 있어야 한다. 사용자들이 현재 뭘 보고, 듣는지를 알면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추론할 수 있다. 인간은 살아서 숨만 쉬어도 데이터를 쏟아내는 존재다.

물론 사용자들은 자신의 사생활이 노출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따라서 기업들은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데이터를 내놓도록 유도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기기에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는 방법이다. 이러이러한 편리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당신의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것. 폰으로 사진을 찍을 때 당신의 위치가 기록되고, 스마트워치로 당신의 수면습관과 건강정보가 입력되는 식이다.

이제는 거의 모든 디지털 기기들이 기업을 위한 입력장치로 작동하는 세상이 되었다. 내가 사용하는 기기가 가져간 내 정보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끊임없이 확인하고 지키지 않으면 인간은 테크 기업을 위한 데이터 생성장치로 전락하고, 기업들은 우리의 생각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유도하게 될 것이다. 음모론이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인 일이다.

박상현 (사)코드 미디어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