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17일 아들 서모(27)씨의 특혜 병가 의혹과 관련해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져 왔는데 억지와 궤변은 제기한 쪽에서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추미애, 안 의사 비유 파문에 답변 #추 “당직사병은 이웃집 아저씨” #잇단 의혹 제기에 “근거없는 세치 혀” #야권선 ‘안중근 비유’ 비난 이어져 #“정신줄 놓아” “윤미향은 유관순?”
이날 국회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아들 관련 의혹을 강하게 부인한 것이다.
추 장관은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이 “추 장관 부부가 민원실에 전화를 안 했다는 말을 책임질 수 있느냐”고 묻자 “어떤 책임을 질까요. 의원님은 억지 궤변을 책임질 수 있느냐.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혜 의혹을 제기한 제보자에 대해 추 장관은 “당직 병사 A는 저의 아들과 같은 중대 소속이 아니다. 군에서 같은 중대가 아니면 ‘이웃집 아저씨’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른바 ‘카더라’다”라면서 “이웃집 아저씨의 오인과 추측을 기반으로 해서 야당 쪽에선 공익제보자라고 하는데, 공익 제보는 공익에 부합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정은 근거 없는 ‘세치 혀’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고도 했다.
전날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원내대변인이 안중근 의사의 글 ‘위국헌신군인본분’을 추 장관 아들과 연결지어 논평한 것에 동의하느냐는 질의(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에는 “아픈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군무에 충실하라는 말씀에 따랐다는 것을 강조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추 장관은 병가 민원 전화 의혹에 대해 “저는 민원을 넣은 바 없다. 제 남편에게도 민원을 넣은 적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야당 “전화 안 했다는 말 책임지나” 추미애 “어떤 책임질까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자리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임현동 기자
전날까지 추 장관은 남편 서성환 변호사가 민원 전화를 했는지에 대해 “확인할 형편이 아니다”고 모호한 태도를 취했다. 추 장관은 이날 “저나 남편은 일 때문에 너무 바쁘고 제 아들·딸은 거의 모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면서 살아왔다”고 말했다.
아들 특혜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8개월 동안 진척되지 않는 이유를 묻는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추 장관은 “저도 궁금하기 짝이 없다”면서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최 의원=“장관님, 조금 전에 의원실 보좌관이 세 차례 아들의 휴가 연장과 관련해 전화했다고 인정했죠?”
▶추 장관=“모릅니다. 그건 앞 전에 질의하신 의원님 질의 내용이고요. 저는 수사 결과를 기다릴 뿐입니다.”
▶최 의원=“아직 보좌관이랑 통화 안 하셨습니까?”
▶추 장관=“통화할 수 없는 상황 아닙니까. 제 위치를 의원님들께서 피고발인으로 만들어주셨지 않았습니까.”
추 장관은 민주당 논평에 안중근 의사가 언급된 것에 대해 “제 아이를 너무 과장하거나 명예훼손적인 황제복무나 탈영 등의 용어로 깎아내리지 말라”고도 했다. 이어 “과보호도 바라지 않고, 다른 병사가 질병 시 누릴 수 있는 치료권, 휴가 등이 적절히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들이 병역 면제 대상이었는데도 입대했다는 자신의 과거 발언에 대해서는 “재검사 요청을 했더라면 신체 등급이 내려가서 현역병 복무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이날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은 “경북대 재학 시절 야당 불모지에 출마한 추 의원을 지지해 김대중 대통령에게 투표했다. 지금 실망한 국민들에게 할 말이 없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에 추 장관은 “제 정치의 출발을 기억해 줘서 고맙다”면서도 “저는 아들이 참으로 고맙다. 엄마의 신분을 내세우지 않고 자기 길을 잘 헤쳐나가고 있다. 엄마가 공인이어서, 당 대표여서 미안하다”고 답했다. 이어 “아들과 딸의 사생활로 비화돼 21대 첫 정기국회에서 다른 주제를 다루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고 했다.
추 장관은 또 “공정과 정의, 제 양심을 걸고 흐트러뜨린 것 없다. 공정과 정의에 관심을 두지 않은 분들이 억지와 궤변의 논리로 끌고 오는 것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며 “묵묵하게 검찰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날도 야당의 공세가 이어졌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추 장관 아들이 안중근 의사의 말씀을 몸소 실천했다는 희대의 망언이 있었다”며 “민족의 영웅인 안 의사를 어디에다 감히 비교하느냐. 정신줄을 놓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말했다. 이태규 국민의당 최고위원은 “이 정도면 이성을 완전히 상실한 것”이라며 “그냥 놔두면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장군과도 비교하려고 할지 모른다”고 거들었다.
박형준 전 미래통합당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추 장관 아들을 안중근 의사에게 비유하는 것을 보면서 저는 윤미향 의원을 유관순 열사에게 빗댈 판이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치적 목적을 정해놓고 거기에 모든 논리를 끼워맞추고 하는 식이 결국 이 나라의 도덕 안전망을 찢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국희·김기정 기자 9key@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