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항문 환자 모임 한국 오스토미협회]

중앙일보

입력

"저희 협회를 찾는 분들에게 '보통 사람과 다르지 않다. 단지 항문의 위치가 바뀌었을 뿐이라고 생각하라'고 말해줍니다. 저 역시 그런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구요."

직장암이나 대장암 혹은 각종 사고 등으로 장절제 수술을 받고 인공항문을 부착한 사람들의 모임인 한국오스토미협회 회장 이월출(71)씨.

이씨는 "젊은 사람들이 인공항문을 달았다는 정신적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씨 역시 1993년 직장암 수술을 받고 인공항문을 부착했다.

가로 10㎝, 세로 20㎝ 가량의 비닐주머니를 복부에 휴대하고 다녀야 하는 인공항문 부착 환자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스스로 배변을 제어하지 못한다는 데서 오는 심리적인 고통.

협회의 유재희(40) 사무국장은 "예전과 달리 기구가 좋아져 악취가 난다거나 하는 일은 없지만 마음이 위축된다"며 "여러 번 상담을 하고서도 결국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목숨을 끊은 회원들이 있다"고 전했다.

유씨는 또 "인공항문을 부착한 사람들은 겉으로는 표시가 나지 않지만 과격한 신체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장애인으로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1985년 결성돼 지난 97년 사단법인이 된 한국오스토미협회는 현재 서울본부를 비롯해 부산.대구 등 전국 8개 시.도에 지부를 가지고 있다.

현재 활동 중인 회원만 1천5백여명이다. 협회에서는 매월 둘째주 금요일마다 정기 모임을 갖고 회원들간의 친목을 도모하는 한편 인공항문을 관리하는 요령 등에 관한 교육을 실시한다.

또 회원들이 인공항문 관련 기구를 구입할 경우 비용의 10%를 보조해 주고 있다.

국내에 인공항문을 부착한 환자 수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다. 협회에서는 최소 1만5천명에서 최고 5만여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서울 송도병원 김광연 원장은 "해마다 직장암과 대장암, 그리고 각종 사고나 궤양성 대장질환 등으로 1천여명이 인공항문을 부착한다"고 말했다.

◇ 한국오스토미협회(http://www.ostomy.or.kr) 02-2275-4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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