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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 비둘기'된 Fed, 2023년까지 제로금리 쐐기 박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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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Fed 의장. 지난 1월 FOMC 이후 기자회견 모습이다. AP=연합뉴스

제롬 파월 Fed 의장. 지난 1월 FOMC 이후 기자회견 모습이다. AP=연합뉴스

미국의 기준금리가 2023년까지 제로 수준으로 유지될 전망이다. 경기 부양에 방점을 찍으며 '장기 초저금리 시대'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쐐기를 박았다.

15~16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공개된 '점도표(dot-plot)'에 따르면 17명의 위원 모두 내년까지는 현재 금리 수준(0~0.25%)으로 동결을 전망했다. 2023년까지 현재 수준의 금리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한 위원도 13명이나 됐다. 2023년까지는 금리 인상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란 의미다. FOMC는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FOMC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회의는 (제로 금리에 대한) 우리의 강력한 의지가 앞으로 더 길게 이어질 것임을 분명히 했다”며 “오늘 우리가 발표한 정책 변화와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적 안내)는 매우 강력하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Fed가 '울트라 비둘기(통화 완화)' 면모를 보였다”고 평가했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기준금리 인상이 더 어렵도록 못 박았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2023년까지 제로 수준으로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며 한국은행이 현재 사상 최저 수준인 0.5%에서 추가 인하를 단행할지 주목된다.

벤 버냉키 의장 시절의 FOMC 회의 모습.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격이다. [위키피디아]

벤 버냉키 의장 시절의 FOMC 회의 모습.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격이다. [위키피디아]

초저금리 기조를 이어갈 것이란 Fed의 선언은 예견된 바다. 지난달 말 잭슨홀 미팅에서 파월 의장이 '평균물가목표제' 도입을 밝히며 장기 초저금리 시대의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평균물가목표제는 물가상승률이 목표치(2%)를 넘더라도 평균적으로 목표치에 수렴하면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지는 않는 것이다. Fed는 물가 상승의 조짐(실업률 하락)이 보이면 금리를 올리는 식으로 선제적으로 대응해왔다. 하지만 물가가 오버슈팅하더라도 섣불리 금리 인상에 나서지는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Fed의 두 가지 존재 이유인 물가안정과 완전고용(자연 실업률) 중 고용에 방점을 찍으며, '인플레이션 파이터'에서 '고용 파이터'로의 변신에 나선 것이다. 저물가·저성장 시대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고용에 집중하기 위한 방향 전환이다. 파월은 “(취임 후) 가장 야심 차게 정책을 바꾼 셈”이라고 말했다.

통화정책의 무게 중심을 고용 쪽으로 이동했지만, 파월은 인플레이션에 손을 놓겠다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완만하게(moderately) 오르는 수준으로 용인할 것”이라며 "고용이 회복되면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에 근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2015년 0.7%에서 2.1%(2016~2017년)→1.9%(2018년)→2.3%(2019년)를 기록했다.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1.3%다.

연도별 미국 인플레이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연도별 미국 인플레이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Fed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3.7%)를 지난 6월(-6.5%, 전년 대비)보다 상향 조정하며 충격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파월 의장은 “지난 60일 동안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였으나 향후 경제 회복 속도는 둔화할 것”이라며 “(의회와 연방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없을 경우 하방 위험이 있다”며 재정 지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면서도 경제 회복을 위해 언제든 Fed가 나설 수 있고 정책 여력도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아직 정책의 탄약이 많이 남아있다"며 "많은 대출 프로그램들과 포워드 가이던스 등 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번 FOMC는 미국 대통령 선거(11월 3일)를 앞두고 열린 마지막 회의다. 다음 FOMC는 대선 다음 날인 4일부터 양일간 개최 예정이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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