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 물가 감수하고 '고용 파이터' 되겠다···'필립스곡선' 포기

중앙일보

입력 2020.08.28 17:35

업데이트 2020.08.28 17:42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필립스 곡선’을 포기했다. 실업률 하락이 물가 상승을 자극한다는 금과옥조를 접고, 일정 기간 물가가 목표치를 웃돌더라도 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

물가 안정보다 고용에 통화정책의 방점을 찍으면서 ‘인플레이션 파이터’에서 ‘고용 파이터’로의 변신에 나선 것이다. Fed의 이런 변신은 ‘장기 초저금리 시대’의 신호탄과 같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27일(현지시간) 평균물가목표제를 채택하는 내용의 ‘장기목표 및 통화정책 전략 지침’ 수정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물가상승률이 목표치(2%)를 넘더라도 평균적으로 목표치에 수렴하면 금리 인상으로 대응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물가가 목표치 웃돌아도 평균 수렴하면 금리 안올려"   

27일 잭슨홀 미팅에서 온라인으로 연설하는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27일 잭슨홀 미팅에서 온라인으로 연설하는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이날 화상으로 진행된 2020년 잭슨홀 미팅(세계 중앙은행 총재 연찬회) 연설에서 이 같은 내용의 통화정책 리뷰 결과를 발표하며 “2012년 물가목표제(2%)를 처음 승인한 뒤 정책 체계를 가장 야심 차게 바꾼 것”이라고 밝혔다.

평균물가목표제의 도입은 Fed 역사상 새롭게 시도하는 ‘극적인 실험’이다. Fed의 역할과 노선이 획기적으로 바뀔 수 있어서다. Fed의 2가지 책무는 물가 안정과 완전 고용이다. 이를 수행하기 위해 Fed는 경기 과열을 막기 위해 물가 상승의 조짐이 뚜렷하면 선제적으로 대응해왔다.

이를 가늠할 지표로 삼았던 것이 실업률과 명목임금 상승률이 역(逆)의 관계임을 보여주는 필립스 곡선이다. 임금이 오르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만큼, 그동안 실업률의 하락은 ‘인플레 파이터’를 자처한 중앙은행에는 금리 인상의 신호로 여겨졌다.

하지만 평균물가목표제라는 새로운 정책 패러다임이 도입되며 상황은 달라지게 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중앙은행이 더 이상 실업률 하락을 이유로 경기를 냉각시키려 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게 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Fed, '인플레파이터'에서 '고용 파이터'로 변신 

그 연장선상에서 파월은 완전 고용을 위한 정책이 우위에 놓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완전 고용이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정책 목표”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섣불리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들었다가 실업률만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로버트 플란 미 댈러스 연준 총재. [중앙포토]

로버트 플란 미 댈러스 연준 총재. [중앙포토]

하지만 파월과 Fed가 어느 정도 수준의 물가상승률을 용인할 수 있을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준 총재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파월이) 2.25~2.5% 정도의 물가상승률은 용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Fed가 ‘중앙은행의 북극성’으로 여겨지던 물가의 족쇄를 헐겁게 한 것은 세계 경제에 드리운 저물가 상황 때문이다. 국제 공급망 확대로 임금 상승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데다, 유통 혁신에 따른 가격 하락을 가져온 ‘아마존 효과’ 등으로 물가는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블룸버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실업률은 10%를 웃돌고 경기 침체에서 경제가 회복되어가는 상황에서 가까운 시기에 물가가 급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파월은 “물가가 너무 낮은 수준에 머무는 것도 경제에는 심각한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Fed, 당분간 제로금리 유지할 것" 

저금리가 뉴노멀이 된 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물가 상승을 용인하겠다는 Fed의 선언은 ‘장기 초저금리 시대’의 문을 활짝 연 것과 같다. 찰스 슈와브의 채권담당 책임자인 캐시 존스는 “정책 변화가 있던 있지 않건 당분간은 Fed가 제로 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 비트너 웰스 파고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파월이 미래에 펀치볼을 치울 때(금리 인상)까지 더 인내심을 발휘할 것이라는 것뿐만 아니라 펀치의 레서피를 바꿀 것이라고 말한 것”이라고 밝혔다.

Fed의 변신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복합적이다. 초저금리 지속은 금융 시장과 투자가 이미 예상한 바인 만큼 이제 관심은 향후 FOMC 등에서 나올 포워드 가이던스 개정 논의 등으로 쏠린다.

파월 의장이 언급한 YCC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파월 의장이 언급한 YCC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다만 Fed의 정책 변화로 인한 기대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고 국채 금리가 오르면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때문에 Fed가 금리 상승을 막기 위해 수익률곡선관리(YCC)에 나설 수 있다는 시각도 제시된다. YCC는 중앙은행이 시장에서 특정 채권을 특정 가격에 사들이면서 급격한 금리 상승을 막는 것이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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