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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파이터’ 나선 Fed 앞 험로…"일자리 회복, 영영 안될수도"

중앙일보

입력

파월의 선택은 옳았을까. 4일 발표되는 실업률을 기준으로 앞으로의 성적표가 주목된다. AFP=연합뉴스

파월의 선택은 옳았을까. 4일 발표되는 실업률을 기준으로 앞으로의 성적표가 주목된다. AFP=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가지 않은 길을 택했다. '인플레 파이터'에서 '고용 파이터'로의 변신이다.

미국 중앙은행 격인 Fed의 두 가지 책무는 물가 안정과 완전 고용이다. 하지만 고용을 위해 물가 안정을 위해 당분간 뒤로 미루겠다고 천명했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물가가 목표치인 2%를 넘더라도 큰 틀에서 목표치에 수렴하면 금리를 인상하지 않는 방식으로 유연하게 대처하겠다고 지난 27일 밝혔다. 이른바 평균물가목표제를 도입하며, 장기 초저금리 시대의 문을 열었다.

Fed의 노선 변경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더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일자리가 더 중요함을 강조한 셈이다. 미국 경제의 약 3분의 2는 소비가 움직이며, 일자리는 소비로 직결되는 소득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Fed가 ‘고용 파이터’를 자처하는 배경이다. 여기에 최근 이어지는 저물가 기조도 Fed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당장 이목이 쏠리는 곳은 4일 미국 노동부가 발표 예정인 8월 비(非) 농업 부문 고용 통계다. '고용 파이터'를 자처한 Fed의 앞으로의 성적표를 가늠할 수 있는 기준치가 된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그래픽=신재민 기자

그럼에도 Fed의 앞날은 가시밭길일 가능성이 크다. 고용 전망이 밝지 않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기업들의 추가 감원으로 인해 고용 감축 상황이 영구적으로 지속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날 주요 기업의 감원 발표가 도미노처럼 이어졌다. 코카콜라는 이날 약 8만6200명의 직원 중 4000명에게 ‘자발적 퇴사’를 권고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코카콜라가 향후 감원 계획에 대해 “앞으로 좀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하겠다”고 덧붙이면서 이번 퇴사 권고는 시작일뿐이란 해석이 나왔다.

같은 날 유명 카지노 업체인 MGM 리조트 인터내셔널도 미국에서만 1만8000명을 일시 해고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내 인력(6만8000명) 중 약 25%가 일자리를 잃게 됐다.

코로나19로 이미 심한 타격을 입은 항공업계의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9일 “수요와 공급에 대한 철저히 수학적 계산으로 굴러가는 항공업계가 앞으로 더 악화할 것에 대비하는 것만으로도 상황은 밝지 않다”고 전했다.

지난 19일 라스베이거스에서 일시 해고된 엔터테인먼트 업계 종사자들이 "쇼는 계속돼야 한다"며 시위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19일 라스베이거스에서 일시 해고된 엔터테인먼트 업계 종사자들이 "쇼는 계속돼야 한다"며 시위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고용 수치만 보면 상황은 개선되는 것처럼 보인다. 미국 실업률은 4월 4.4%이다 코로나19 가 본격 확산한 뒤인 5월에 14.7%로 치솟았다. 6월(11.1%)과 7월(10.2%)에는 조금씩 떨어졌다. 8월 수치도 조금 개선될 전망이다. WSJ은 미국 노동부가 4일 발표하는 8월분 실업률은 9.9% 안팎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숫자가 아니다. 포브스는 데이터의 이면에 주목했다. 포브스는 “팬더믹 실업수당(PUA) 신규 신청자(IC) 데이터는 8월 22일 주엔 8만3000건 늘었고, 이는 일주일 전의 3만5000건보다 많다”며 “PUA 신청자들은 주로 레스토랑 등 소규모 점포 및 기업에 고용된 사람들로 이들의 고용 상황이 호전되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경기 반등에 대한 기대감도 점차 약해지고 있다. 포브스는 “(3~4분기에는 급반등할 것이란) V자 반등이라는 기대는 지금쯤이면 아예 접는 게 좋겠다”고 전했다. 실제로 2분기에 비교해 3~4분기 경제 지표가 개선되더라도 기저 효과 등에 따른 상대적 착시일 뿐 경제의 펀더멘털은 개선이 요원하다는 의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실업자들의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WSJ는 "실업자들을 다수 인터뷰해본 결과, '일자리를 영원히 되찾지 못할 것 같다'는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항공업계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대다수의 비행기는 날지 못하는 처지다. 사진은 미국 알래스카항공의 비행기들이 앵커리지에 발이 묶인 현장. AP=연합뉴스

항공업계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대다수의 비행기는 날지 못하는 처지다. 사진은 미국 알래스카항공의 비행기들이 앵커리지에 발이 묶인 현장. AP=연합뉴스

경기 회복세가 더디고, 고용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Fed가 인플레이션을 감내하면서 초저금리를 유지하고 고용에 방점을 찍겠다고 발표한 것을 두고 포브스는 “잘못 디자인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포브스는 “Fed로 인해 초저금리 시대가 도래하며 (이자도 갚을 능력이 없는) '좀비 기업'들의 수명만 늘려줄 뿐 성장은 더디고 미래 신규 고용 창출은 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포브스는 “세계 최고의 경제학자들이 모인 Fed가 조폐공사(money printing) 역할을 하는 것 아닌가”라고도 덧붙였다.

때문에 고용 파이터로 나선 Fed의 행보가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FT는 29일 “Fed의 새 기조가 어떤 진전을 거두는지에 따라 중앙은행이 가진 권력의 한계가 드러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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