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 발암물질' 알면서 신경치료에 썼다···치과의사 8명 입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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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에서 사용된 디펄핀. [사진 부산본부세관]

치과에서 사용된 디펄핀. [사진 부산본부세관]

전국의 일부 치과에 1급 발암물질이 함유된 신경치료 약제가 유통·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본부세관, 밀수총책 1명 구속 #‘디펄핀’ 외국인 여행객 이용 밀수입 #디펄핀 1급 발암물질 함유,부작용 有 #환자에게 투약한 치과의사 8명 입건 #

 관세청 부산본부세관은 1급 발암물질이 함유돼 부작용을 일으키는 수입금지 치과의료 약제인 ‘디펄핀(Depulpin)’을 밀수입한 혐의(의료기기법 위반) 등으로 40대 A씨(무직)를 구속했다고 16일 밝혔다. 세관은 또 밀수입된 디펄핀을 치과 의원에 유통한 치과재료상 23명과 이를 환자에게 투여한 전국의 치과의사 8명을 같은 혐의로 입건했다.

 치과 치료상 경력이 있는 A씨는 2014년부터 2020년 1월 사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세 차례 3000만원 상당의 디펄핀 총 273개(약 3만2000명 투약분)를 사들여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서 러시아 여행객 가방에 숨겨 밀수입한 뒤 전국 치과치료상 등에게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치과에서 사용된 디펄핀. [사진 부산본부세관]

치과에서 사용된 디펄핀. [사진 부산본부세관]

 세관은 일부 치과 의원에서 투약을 위해 보관 중이던 디펄핀 24개(2880명 투약분)를 압수했다. 나머지 대부분은 이미 환자들에게 불법 처방된 것으로 보고 있다.

 디펄핀은 치아 신경치료를 위해 바르는 약제로 1급 발암물질인 ‘파라포름알데하이드(49%)’가 주성분이다. 디펄핀을 잘못 사용할 경우 잇몸 괴사, 쇼크 증상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때문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12년 6월 의료기기 허가를 취소해 수입과 사용이 금지됐다. 디펄핀은 바르는 약제이지만 의료기기로 분류된다.

 부산본부세관은 “A씨 등은 디펄핀이 부작용 때문에 수입·사용이 금지된 사실을 알면서도 치료에 편리해 수요가 있고, 차익을 노릴 수 있어 지속해서 유통·사용했다”고 밝혔다. 1개당 7만~8만원에 밀수입한 디펄핀은 치과 치료상에서 개당 12만원, 치과 의원에서 14만~15만원에 거래됐다.

밀수된 디펄핀. [사진 부산본부세관]

밀수된 디펄핀. [사진 부산본부세관]

 세관은 A씨 등과 같은 유사한 불법 수입・유통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는 한편 불법 의료기기 밀수입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휴대품·국제우편·특송화물 검사 등을 강화하고 있다.

부산=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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