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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머니는 빚의 덫’…중국, 지하드 새 테러 타깃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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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중국이 미국을 대신해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의 새로운 타깃이 됐다는 경고가 나왔다. 싱가포르 난양이공대학의 테러 전문가인 모하메드 시난 시예흐는 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게재한 칼럼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싱가포르 테러전문가 SCMP칼럼 #중국 ‘일대일로’ 이슬람권 확장 #주요 항구 장악, 반중 정서 폭발 #“미국 대체할 새 악당으로 부상”

지난 8월 말 인도네시아 당국은 이슬람원리주의 연합단체인 제마 이슬라미야가 준비 중이던 테러 계획을 좌절시켰다. 알카에다와 연계된 제마 이슬라미야는 1990년 결성돼 동남아에 이슬람 통합국가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단체가 인도네시아에 거주하는 중국계 인도네시아인의 건물을 공격하려던 계획이 사전에 발각돼 실패했다.

시예흐에 따르면 진짜 이유는 인도네시아 내 반중 정서였다. 2010년대 중반까지 지하디스트의 주요 공격 대상은 서방 국가였다. 특히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에 군사 기지를 설치하면서 지하디스트의 반발이 격렬해졌다. 한데 최근엔 미국을 대신해 중국이 타깃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한다.

시예흐는 크게 네 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는 중국이 비록 이슬람 정권의 전복을 꾀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돈을 빌려주고 덫을 놓는 ‘빚더미 덫(debt trap)’ 외교술을 펼치며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는 점이다. 빚더미 덫 외교술은 중국이 주변국 등에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거액을 투자한 뒤 해당 국가는 어느새 빚 폭탄을 떠안게 되고 결국 중국의 입김이 커지는 상황에 이르는 것을 뜻한다. 스리랑카와 파키스탄이 좋은 예다. 중국은 이들 나라와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함반토타(스리랑카)나 과다르(파키스탄)와 같은 주요 항구의 운영을 장악했다. 지하디스트들은 이를 놓고 제국주의적 접근이라고 분노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베이징이 점차 군사기지를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지난해 아프리카 북동부의 지부티에 군사기지를 설치했는데 이 같은 중국의 행위가 지하디스트 그룹 안에서 중국 경계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셋째는 신장(新疆) 위구르족 자치구 내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에 대한 중국 당국의 인권 탄압이다. 이미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IS) 등이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위구르족의 분리 독립을 내건 테러 단체인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은 알카에다 지부로 그 주요 구성원이 신장에서 온 사람들이다. IS에도 많은 위구르인들이 있다. 이들 지하디스트 단체들은 반중 정서를 이용해 신병을 모집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마지막은 중국의 맹방이라던 파키스탄 내 반중 정서가 여러 테러 공격을 촉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5월 분리주의 무장조직인 발루치스탄 해방군(BLA)이 파키스탄 내 중국 투자를 겨냥해 테러 공격을 했을 때 여러 무장 단체가 힘을 더한 게 그 좋은 예다.

이와 비슷한 반중 정서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시예흐는 주장했다. 중국은 아직은 무슬림 주류의 땅에서 일어나는 전쟁에 직접 연계돼 있지는 않지만, 중국의 덩치가 커질수록 관여해야 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지하디스트의 눈에 미국을 대신하는 새로운 악당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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