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위법도 사퇴도 없다, 사과는···" 秋 보는 민주당의 속사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너무 개별적으로 얘기들 하지 마시고…”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0일 온택트(온라인+언택트) 방식으로 진행한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서모(27)씨의 군 복무 시절 특혜 휴가 의혹과 관련해서다. 복수의 의총 참석자는 “방어든 비판이든 개별 발언을 자제하자는 취지의 이야기가 오갔다”고 전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전날(9일) “부모님(추 장관 부부)께서 민원을 넣으신 것으로 확인”이란 내용이 포함된 서씨의 군 면담기록을 공개했다. 서씨 휴가 연장 과정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기존 추 장관 해명이 거짓이란 게 사실상 드러난 것이다. 이에 여론이 급속도로 나빠지면서 당 일각에서는 추 장관의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편에선 “카투사는 그 자체가 편한 보직”(우상호) 등 다소 무리한 엄호도 분출됐다. 김 원내대표가 이날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공평무사한 수사로 진실을 밝히면 될 일”이라고 말한 것도 당 소속 의원에게 던지는 일종의 ‘대응 지침’인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①“위법은 없다”=김 원내대표처럼, 민주당 지도부는 이번 논란을 예의주시하면서도 대체로 신중한 모습이다. 말을 더 보태는 게 아무런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당 입장에선 신경이 쓰이는 게 사실”이라며 “논란이 장기화할 경우 좀 더 세세히 체크하고, 그다음 단계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찾아서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최고위원은 “추 장관이 사실관계가 파악되면 책임진다는데 무슨 말을 더 하겠느냐”며 말을 아꼈다.

당 내부적으론 추 장관이나 서씨가 휴가 연장과 관련해 군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김경협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추 장관 아들이 병가 사유에 해당한다면 문제 소지가 없다”며 “절차의 문제나 자료의 존재 여부, 어떤 규정을 적용하느냐는 해당 부대가 판단하고 부대가 책임질 사안”이라고 썼다. 추 장관과 군 양측에 사실관계를 확인해봤다는 황희 의원(국회 국방위 민주당 간사)은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조국 전 장관 때와 달리 이번엔 표창장이나 제1저자 등재 등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보좌관이 전화했다는 건 군에 문의한 것일 뿐, 그 외 답변을 받는 과정에서의 연락은 모두 서씨 본인이 했다. 규정을 놓고 시비할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서씨 e메일에 (병가 관련 자료를) 잘 받았다는 내용이 다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이 10일 국회 소통관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씨의 군복무 기간 휴가는 적법한 절차를 밟았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이 10일 국회 소통관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씨의 군복무 기간 휴가는 적법한 절차를 밟았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②“사퇴도 없다”=야당은 “추 장관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는 것이 고위공직자로서의 도리일 것”(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라며 압박하지만, 민주당은 이를 ‘정치공세’로 치부하고 있다. 일부 의혹을 인정해도 정치공세에 무릎 꿇는 것이란 강경론도 적지 않다. 김종민 최고위원은 이날 의총에서 “병가 신청·연장 등은 육군 복무규정과 카투사 규정에 따라 정상 처리했다”고 주장했다고 박성준 원내대변인이 전했다. 설훈 의원도 동조 발언을 했다고 한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4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추 장관 중심으로 추진하는 검찰개혁을 흔들어보려는 걸로 본다. 국민의힘은 우리 군에 대한 신뢰 흔들지 말고 ‘검찰개혁 하기 싫다’ 얘기하라”고 말했다. 추 장관 아들과 관련한 의혹을 “검찰개혁을 반대하는 세력의 공세”로 몰아가려는 것이다. 특히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와 예산안 심의,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등을 앞두고 야당에 끌려가선 안 된다는 분위기도 팽배하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여당 대표의 보좌관이 대신 전화를 한 게 부적절하다고 해서, 장관이 사퇴까지 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③“사과는…”=민주당 안에는 이번 사건을 두고 “추 장관 자신이 일을 키웠다”(민주당 관계자)는 반응도 나온다. 국회 답변 과정에서 “소설 쓰시네” “질문 같은 질문은 하라” 등 야당에 적대적인 태도로 화(禍)를 자초했다는 얘기다. 친문 성향의 한 중진 의원은 “일이 이렇게까지 커질 일이 아니다. 병가 연장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던 점, 당 대표 시절 보좌관이 관여한 점은 부적절하니 적당한 방법으로 유감을 표명하거나 사과하면 애당초 정리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 장관과 가까운 당내 몇몇 의원은 추 장관에게 직접 연락해 이런 의사를 타진했다고 한다. 최근 추 장관과 접촉했다는 한 의원은 “추 장관 역시 최근 보도되는 내용에 대해 잘 몰라서 파악하는 데 며칠 걸렸다고 하더라"라며 “본인이 지시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이 보기에 부적절하다면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추 장관에게 (사과 등에 대한) 뚜렷한 답변을 받진 못했다”고 덧붙였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