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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2차 재난지원금 선별 지원, 하루아침에 뒤집은 당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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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오늘(10일) 당정이 2차 재난지원금 관련 4차 추경안을 발표한다. 지원 대상을 놓고 여권 내부에서도 이견이 적지 않았으나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채 발행으로 재원을 충당할 수밖에 없는 등 재정상 어려움이 크다”며 선별 지급 방침을 확정지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전 국민에게 지급했던) 1차 재난지원금과 달리 이번은 그 성격을 맞춤형 재난 지원으로 정했다”며 “피해가 가장 큰 업종과 계층에 집중해 최대한 두텁게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추석 전 지급도 약속했다. 재난지원금의 당초 성격과 빚이 빠르게 쌓여 가는 나라 곳간 사정을 감안할 때 분명히 옳은 방향이다. 하지만 지금 돌아가는 형국은 대통령이 말한 취지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어 우려스럽다.

13세 이상 전 국민 통신비 2만원 감면 추진 #민심 반전 노려 취약계층 도울 세금 남용하나

이번 재난지원금은 코로나19로 인한 강제적 사회적 거리두기에다 태풍 등 자연재해까지 겹친 탓에 그야말로 벼랑 끝에 내몰린 영세 자영업자를 비롯한 취약계층에게만 신속하게 지급돼야 한다. 하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무리하게 지급 대상자를 늘려 잡으려는 욕심을 부리면서 맞춤형 핀셋 지원이나 신속 지원 모두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이런 난맥상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게 느닷없이 등장한 통신비 지원이다. 여당은 처음엔 17~34세, 그리고 50세 이상에게만 월 2만원의 통신비를 지급하겠다더니 아예 13세 이상 전 국민에게 일괄 지원하겠다고 대상을 더 늘렸다. 13세 아래는 아동 돌봄 지원 대상이다. “코로나로 지친 국민에게 위로가 될 것”(이낙연 대표)이라는 이유다. 받는 사람 대다수는 크게 체감하지 못할 적은 액수지만, 실제 지급된다면 통신비로만 이번 4차 추경(7조원)의 10%를 훌쩍 뛰어넘는 1조원 가까운 세금이 나갈 수밖에 없다.

통신비 지원처럼 야금야금 대상을 늘려 잡다 보니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자는 사실상 전 국민이나 마찬가지다. 당장 일자리를 잃고 살길이 막막한 사람은 오락가락하는 기준 탓에 혹시라도 재난지원금을 못 받을까 마음을 졸이는데, 여당은 자기 돈도 아닌 세금을 방만하게 쓰면서 생색을 내는 셈이다. 이러니 2차 재난지원금은 ‘선별 지원’이 아니라 ‘선별 낭비’라는 비아냥마저 나오는 것이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실토했듯이 총선 직전 지급을 결정한 전 국민 대상 1차 재난지원금은 선거용 포퓰리즘 성격이 짙었다. 당시 큰 재미를 봤다고 생각해서인지 여당은 부동산 정책 실패에다 제2의 조국 사태로 비화하고 있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사태 등 날로 악화하는 민심을 반전시키려고 또 돈 쓸 궁리를 하는 것인가. 이제라도 취약계층을 두텁게 도울 수 있도록 지원 대상을 집중해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바로잡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