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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전셋값 62주 상승…3억미만 전세는 씨말랐다

중앙일보

입력

최근 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에서 품귀현상은 뚜렷해지고 전셋값은 급등하고 있다. 이제 서울에서 아파트 전세를 구하려면 5억원은 필요하다. 사진은 지난달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밀집상가. 뉴시스

최근 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에서 품귀현상은 뚜렷해지고 전셋값은 급등하고 있다. 이제 서울에서 아파트 전세를 구하려면 5억원은 필요하다. 사진은 지난달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밀집상가. 뉴시스

갈수록 서울 아파트 전세난이 심해지고 있다. 전세 품귀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62주 연속 상승했다. 또 신혼부부나 서민층이 주로 찾는 3억원 미만 전세 매물은 자취를 감추고 있다.

3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8월 마지막 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31일 기준)은 0.09% 올랐다. 지난주(0.11%)보다 상승 속도는 다소 둔화했지만 62주 연속 오름세다. 구별로 보면 강동구가 0.17%로 가장 많이 올랐고, 마포ㆍ성북구(0.15%), 강남ㆍ서초ㆍ송파구(0.13%) 순으로 뒤를 잇는다.

요즘 서울 아파트는 전세난, 전세수급동향지수.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요즘 서울 아파트는 전세난, 전세수급동향지수.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가을 이사 철을 앞두고 신규 세입자는 고민이 많다. 시장에서 전세 매물은 급격히 줄어드는데 전셋값은 급등하고 있어서다. 지난달 전세수급동향지수는 120.7로 지난 5월(104) 이후 석 달 사이 16.7포인트 올랐다.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수치가 높아질수록 매물보다 찾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전ㆍ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이 7월 말 본격 시행되면서 전셋값 상승세에 불을 붙였다. 기존 세입자는 계약갱신으로 버티고 집주인은 물건을 거둬들이면서 ‘매물은 줄고 전셋값은 오르고 있다’는 게 서울 부동산 중개업체들의 설명이다.

하위 20% 84㎡ 전셋값, 3억 넘어

올해 서울 아파트 하위 20%(1분위)의 평균 전셋값.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올해 서울 아파트 하위 20%(1분위)의 평균 전셋값.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특히 목돈 마련이 어려운 젊은 층이 선호하는 3억 미만 전셋집이 눈에 띄게 줄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셋값을 가격순으로 5등분해 하위 20%(1분위)를 추린 결과 전용면적 84㎡의 평균 전셋값은 3억418만원이다. 올해 초 2억8581만원보다 6.4% 올라 3억원을 넘어섰다. 8월 서울 아파트 전체 전셋값의 평균은 5억1011만원이다. 이제 서울에서 웬만한 아파트 전세를 구하려면 적어도 5억원은 손에 쥐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한 달도 안 돼 6650만원 오른 곳도  

서울 도봉구 방학동 벽산아파트 전용 84㎡는 지난달 10일 전세 보증금 3억3000만원(국토부 실거래가)에 거래됐다. 지난 4월 같은 크기가 2억4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했던 곳이다. 4개월여 만에 9000만원(37%) 오른 셈이다.
지난달 보증금 3억원 언저리에서 거래됐던 단지도 이달 들어 속속 3억원을 넘기고 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현대아파트 전용 84㎡의 최근 전셋값은 3억5000만원이다. 지난달 19일에는 보증금 2억8350만원에 거래됐는데 한 달도 안 돼 몸값이 또 올랐다. 인근 공인중개업체 관계자는 “임대차 3법이 통과된 이후 (신규 전세 물건은) 가격이 많이 올랐다”며 “이조차도 하나 남아있다”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값도 13주 연속 올랐지만, 상승세는 주춤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마지막 주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0.01% 오르는 데 그쳤다. 상승 폭은 전 주(0.01%)와 동일하다. 감정원은 “7ㆍ10 대책 영향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매수세가 위축되며 관망세를 보인다”면서 “다만 강북을 중심으로 9억원 이하 단지에서는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부동산시장 전문가들은 한동안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상승 흐름은 지속할 것으로 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최근 아파트 분양에 대한 관심이 커진 데다 가을 이사 철이 겹치면서 늘어난 전세 수요가 집값 상승을 압박하고 있다”고 봤다. 김연화 IBK기업은행 부동산팀장은 “각종 규제로 집주인이 실거주해야 하는 기간이 늘고, 세입자는 계약갱신으로 기존 집에 살다 보니 시장에 공급되는 신규 물량이 부족한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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