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복지부 직원이 의사 가운 밟았다"…동영상에 담긴 5초 진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의사 가운을 밟은 적이 없는데, 그렇다는 소문이 나서 깜짝 놀랐습니다. 밟지 않았다는 게 분명해져 천만 다행입니다."

보건복지부 A과장은 2일 중앙일보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과장은 전공의 업무개시명령 현황을 조사하기 위해 대구 계명대 동산병원을 방문했다가 의사 가운을 밟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나중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해프닝은 지난달 31일 발생했다. 의사 관련 SNS에 "현재 계명대 동산병원 상황이라고 합니다. 보건복지부 실사가 나왔고, 교수님들이 피켓시위를 하면서 '가운을 밟고 지나가라'고 했더니 진짜 밟고 지나갔다"는 글이 사진과 함께 급속히 퍼졌다. 복지부 공무원이 가운을 밟는 듯한 사진 3장이 함께 올라왔다.

계명대 동산병원 현장조사를 나온 복지부 공무원(뒷모습 보이는 이)이 의사 가운 사이를 지나고 있다. 사진 영상 제보자

계명대 동산병원 현장조사를 나온 복지부 공무원(뒷모습 보이는 이)이 의사 가운 사이를 지나고 있다. 사진 영상 제보자

사진을 보면 그 과장이 가운을 밟는 듯하다. 계명대 동산병원 수련실 문 밖에 가운이 수십장 깔려 있고, 복도 양옆에 의사들이 피켓팅을 하고 있다. 이날 이 병원에는 복지부 과장과 사무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직원 등 3명이 조사를 나갔다. 이 과장은 "상경할 기차 시간에 쫓겨 서둘러서 먼저 사무실을 나왔다. 나오자마자 가운이 깔려 있었고 의사들이 피켓팅을 하고 있어 급히 서둘러 나왔다"고 말했다.

논란이 벌어지자 계명대 동산병원 측이 진화에 나섰다. 병원 측은 31일 저녁 전국전공의협의회 단톡방에 "(복지부 공무원이) 가운을 밟을 의도가 없었고, 실제 가운을 밟고 지나간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며 "잘못된 해석이 계속 퍼지게 되면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이 될 수 있으니 퍼뜨리지 말아달라"는 글을 올렸다.

이와 관련, 계명대 동산병원 내과 교수는 31일 밤 중앙일보 통화에서 "복지부 공무원이 가운을 밟고 지나가지 않은 게 분명하고, 예의 바르게 행동했다"고 설명했다.

가운을 밟지 않았다는 사실은 당시 현장을 보여주는 동영상이 나오면서 분명해졌다. 짧은 영상을 보면 복지부 과장이 가운을 요리조리 피해 지나간다. A과장은 2일 중앙일보 통화에서 "그날 조사 끝나고 사무실을 나오면서 5초만에 가운 있는 곳을 쏜살같이 지나왔다. 기차를 타고 상경하는데, 동료 공무원이 '가운을 밟았느냐'고 전화로 물어봐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동영상이 없었으면 분명 오해를 샀을 것이다. 이후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를 생각하면 가슴을 쓸어내린다"고 말했다.

신성식 기자 sssh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