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더 커진 Z폴드2, 삼성폰 미래 펼칠 수 있을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미래를 펼치다."(The future unfolds.)

삼성이 지난해 2월 자신들의 첫 폴더블 폰 '갤럭시 폴드'를 공개하면서 내놓은 캐치프레이즈다. 애플과 중국 스마트폰 사이에 껴있는 삼성전자 입장에서 폴더블 폰은 전략적으로 선택된 '미래'였다. 1일 밤 11시(한국시간) 삼성은 갤럭시 폴드의 후속작 '갤럭시Z폴드2'의 세부 사양을 공개하는 '갤럭시 언팩 파트2'를 열었다.

멀티태스킹에 최적, 값 230만원대 #애플과 중국 폰 사이 돌파구 기대 #18일 공식판매 전 11일부터 예약

1일 밤 온라인 생중계된 '갤럭시 언팩 2020 파트2'에서 빅터 델가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엔터프라이즈 세일즈&마케팅담당이 갤럭시Z폴드2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1일 밤 온라인 생중계된 '갤럭시 언팩 2020 파트2'에서 빅터 델가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엔터프라이즈 세일즈&마케팅담당이 갤럭시Z폴드2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이날 소셜미디어 '유튜브' 등을 통해 온라인 생중계한 설명회에서 삼성은 스마트폰을 왜 태블릿만큼 펼쳐야 하는지 나름대로의 이유를 제시했다.

더 커진 커버 화면, 어떤 각도에서든 고정 가능 

가장 돋보이는 사용자 경험(UX)은 이른바 '플렉스 모드'다. 전작만 하더라도 스마트폰을 아예 닫거나 180도 수평으로 펴는 것만 가능했지만, Z폴드2는 어느 각도에서든지 사용자가 원하는 각도로 폰을 세워둘 수 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을 60도 각도로 접은 상태에서 커버 디스플레이(외관 디스플레이)만으로 영화 감상, 야구 시청 등을 할 수 있다.

Z폴드2의 커버 디스플레이는 6.2인치까지 커졌다. 전작(폴드)만 하더라도 4.6인치로 쓰임새가 일정 부분 한정됐다.

스마트폰을 펼쳤을 때 사용가능한 대화면(7.6인치)에서 앱 3개를 동시 구동할 수 있는 '멀티 액티브 윈도우'도 업그레이드됐다. 삼성전자는 "화면 레이아웃을 더욱 쉽게 조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동일한 앱을 2개의 창에 동시에 실행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유튜브를 통해 영상 두 개를 한꺼번에 시청하는 이용자 습관을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최근 시장 환경만 놓고보면 삼성의 스마트폰 사업은 예전만 못하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10~12월)에는 애플, 올 2분기(4~6월)에는 중국 화웨이에 1위 자리(판매대수 기준)를 내줬다. 한때 세계 시장 35%(2013년 3분기)까지 차지했던 삼성의 스마트폰 점유율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수치다. 바(Bar) 형태의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오포·비보·샤오미 등 중국의 4대 메이커가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들어내면서 삼성의 점유율은 20% 미만으로 줄어들었다.

"생존 위해선 양적 경쟁보단 '접어야'" 

최근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소속 젊은 개발자 사이에선 “중국 업체와 비교해서 ‘몇 대 더 많이 팔았다’는 경쟁은 구시대적”이라는 의견도 심심찮게 등장한다고 한다. 양적 경쟁보단 시장 내 다른 업체가 할 수 없는 독보적 경쟁력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 삼성 폰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취지다. 삼성은 이날 위, 아래로 접는 폴더블폰 '갤럭시Z플립'의 5G 모델도 함께 공개했다.

자발적이든, 타의든 삼성이 지금 선택할 솔루션은 폴더블 폰이다. 외주 생산 비율이 30~40% 수준인 중국 업체 입장에서 폴더블 폰은 쉽게 따라오기 어려운 제조 영역이기 때문이다. Z폴드2는 전작과 달리 구미 이외에도 베트남, 브라질에서도 양산할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폴더블 폰을 해외에서 생산하는 건 처음 있는 일로 내수 이외에 해외에서도 폴더블 폰 매출을 끌어올리겠다는 삼성의 계획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SA는 폴더블폰 출하량이 내년에는 약 3040만 대, 2022년에는 5010만대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의 신작 갤럭시Z폴드2(왼쪽)과 올 상반기 출시한 갤럭시Z플립의 5G 모델.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의 신작 갤럭시Z폴드2(왼쪽)과 올 상반기 출시한 갤럭시Z플립의 5G 모델. [사진 삼성전자]

IT업계 안팎에 따르면 삼성은 보급형 사양의 폴더블 폰 '갤럭시Z폴드 라이트'(가칭)도 준비하고 있다. 김영우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Z폴드2의 출고가는 폴드1(1980달러) 대비 크게 낮아지지는 않겠으나 2021년과 2022년 제품은 대량 양산에 따라 원가 절감이 발생할 수 있다”며 “1000~1500달러대 대중적인 폴더블폰도 출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Z폴드2의 국내 출고가는 239만8000원, 전작과 같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