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1차 협력업체 지코, 법정관리…“경영권 분쟁에 코로나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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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한 현대기아차 1차 협력업체 지코 홈페이지. 사진 지코 홈페이지 캡처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한 현대기아차 1차 협력업체 지코 홈페이지. 사진 지코 홈페이지 캡처

현대자동차그룹 1차 협력업체 지코가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지난 수년간 경영권 분쟁을 겪던 회사이긴 하지만 업력(業力)이 60년이 넘는 코스피 상장사라는 점에서 충격이 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미래 차 변혁 등을 맞아 다른 자동차 부품사들이 비슷한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코는 지난 7월 대전지방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법정관리)를 신청하고 지난달 24일 회생 계획안을 제출하는 등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1961년 설립한 지코는 94년 코스피에 상장하는 등 국내 대표적인 완성차 1차 협력업체였다.

엔진 냉각수를 순환하게 하는 워터펌프와 내연기관의 실린더 헤드 등을 만드는 이 회사는 최근 수년간 경영권 분쟁을 겪어 왔다. 최대주주가 수차례 바뀌었고, 전·현 최대주주 간 소송전도 벌어졌다. 지난해엔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인 신달석 디엠씨 회장을 대표이사로 영입했지만 올 3월 해임하는 등 정상적 경영이 이뤄지지 않았다.

반기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400억원대에서 올해 362억원대로 줄었고 영업적자 역시 같은 기간 4억원에서 37억원으로 급증했다. 부채비율은 올 상반기말 현재 382%에 달한다. 지코는 이미 올 초 채권자에 의해 파산신청이 이뤄졌지만 한 차례 취소됐고, 각종 대출 채무도 이행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코는 이미 수년째 경영권 분쟁을 겪어왔고 제대로 된 경영이 이뤄지지 않은 회사였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코스피 상장사이자 업력이 긴 현대차그룹의 1차 협력업체라는 점에서 올해 코로나19 여파에 미래차 변혁에 대비하지 못하는 대형 부품업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을 방증한다”고 덧붙였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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