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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골프숍]수천 번 실험 끝 탄생한 돌연변이 샤프트 오토플렉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오토파워 샤프트를 사용해 샷을 하는 LPGA 투어 선수 이미향. [AFP=연합뉴스]

오토파워 샤프트를 사용해 샷을 하는 LPGA 투어 선수 이미향. [AFP=연합뉴스]

요즘 골프장에서 핫핑크색 샤프트가 자주 보인다. 국내 샤프트 전문회사인 (주)두미나의 오토파워 샤프트다.

회사 측은 20m 더 보낸다고 하는데 그 정도는 아니라도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아마 고수인 미드 아마추어 대회에서 유행하기도 했다.

이 회사 정두나 대표는 “선수 후원을 하지 않는데 지은희·신지은·신지애 등이 제 발로 찾아왔고 우리 샤프트로 우승했다”고 자랑했다. 이 샤프트를 쓰는 이미향은 LPGA 투어 아칸소 챔피언십에서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 276야드를 기록했다.

오토파워로 이름을 알린 이 회사에서 올해 내놓은 오토플렉스(Auto Flex)는 더 화제다. 골퍼의 스윙에 맞게 자동(Auto)으로 강도(Flex)가 맞춰진다는 샤프트다. 기술을 담당하는 박건율 회장은 “아마추어 골퍼는 아침, 저녁 몸 컨디션이 다르다. 특정 스윙에 최적화된 샤프트를 쓰는 게 맞지 않다. 그래서 다양한 컨디션에 맞는 샤프트를 기획했다”고 했다.

원래는 시니어골퍼들을 위한 무게 36g의 가벼운 제품이었는데 입소문이 나면서 일반 골퍼들이 원해 무게 44g, 51g, 54g 제품까지 나왔다. 의도와 달리 나온 일종의 돌연변이다.

힘 좋은 골퍼라면 샤프트가 너무 낭창거리는 느낌일 텐데 빠른 스윙도 잘 견딘다. 두미나는 기존 CPM 290, 무게 80g의 8X를 쓰던 장타대회 선수가 오토플렉스로 CPM 210에 54g을 쓰면서 기록이 더 좋아졌다고 했다.

그렇다면 오토플렉스는 기존 샤프트의 문법을 파괴하는 혁신적인 제품이다. 이 돌연변이는 기존 샤프트의 ABC를 바꿀 제품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토플렉스의 과학적인 원리를 두미나 측은 명쾌히 설명하지는 못했다.

오토플랙스 샤프트. [사진 두미나]

오토플랙스 샤프트. [사진 두미나]

박 회장은 “샤프트에는 아직 미지의 영역이 많다. 투입 재료로 인한 기댓값과 전혀 다른 제품이 나오는 경우가 다반사다. 같은 재료라도 어느 공장에서 만들었는지에 따라 물성이 다르다“고 했다.

그래서 박 회장은 샤프트에는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긴다. 그는 “뛰어난 샤프트를 만들기 위해 미친 짓을 다 해봤다. 금가루를 포함해 모든 재료를 넣어 실험을 했다. 수천 가지 샤프트를 만들어 보면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내는 제품의 레서피를 찾았다”고 말했다.

그래도 원리를 물어보니 “소재 융합과 배합이 핵심 기술이고 채찍이 살을 파내듯 공이 오래 묻어나가게 하는 게 비결”이라 했다. 그러면서도 소재를 밝히지 않는다. 공정도 알려주지 않는다. 다른 업체에서 노하우를 참고할 수 있다고 생각해 특허도 안 낸다.

박 회장은 “일본 브랜드가 점령한 샤프트 시장에서 이기려면 정말 혁신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세라믹 기술원에서 함께 신소재를 만들어 독점 사용하며, 티타늄, 보룸 등을 첨가한 KHT(코리아 히든 테크놀로지) 등 소재가 우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핑 골프의 우원희 기술 팀장은 “좋은 소재를 썼더라도 사람마다 눌러 치거나 올려치는 등의 스윙 차이가 있는데 샤프트가 이를 다 받아준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큰 회사에 연구원이 많고, 샤프트 장인도 있지만 나처럼 다양한 실험을 해본 사람은 없다. 결국 많이 만들어 본 사람이 가장 잘 안다”고 주장했다.

오토플렉스는 샤프트 하나에 95만원이다. 할인도 없다. 그래도 관심은 늘고 있다.

성호준 골프전문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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