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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부동의 1위 홍콩 제쳤다, 경제자유 세계 넘버1인 나라

중앙일보

입력

한국이 해외 기관 조사에서 종합적인 경제활동 자유도에서 글로벌 25위를 차지했지만, 세금부담과 재정 건전성 등의 정부 규모 부문 순위는 오히려 전년보다 뒷걸음질 쳤다.

이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이 미국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이 매년 발표하는 경제자유지수(Index of Economic Freedom) 순위를 분석해 30일 발표한 결과다. 경제자유지수는 1995년부터 헤리티지재단이 세계 각국의 경제활동 자유 수준을 수치화해 발표하는 지수(100점 만점)다. 지수는 ▶정부규모 ▶규제효율성 등 4개 부문, 12개 항목으로 구성된다. 지수가 높을수록 경제 자유 정도는 높다.

한국경제자유 순위는 180개국 중 25위, 북한은 꼴찌

분석 결과 2020년 한국의 경제자유지수는 74.0점으로 분석 대상 180개국 가운데 25위, 아태지역 42개국 가운데 7위로 나타나 ‘대체로 자유로운 국가’로 분류됐다. 올해 평가에서 세계 1위는 싱가포르(89.4점)였다. 2위 홍콩(89.1점)은 지난 10년 동안 줄곧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오다 최근 미ㆍ중 무역분쟁으로 선두자리를 넘겨주게 되었다. 이어서 뉴질랜드(84.1점), 호주(82.6점), 스위스(82.0점) 등이 뒤를 이었다. 북한은 최하위인 180위(4.2점)로 평가됐다.

자료 전국경제인연합회

자료 전국경제인연합회

세금부담 2011년 125위서 올해 158위 

전체적인 경제활동 자유도는 개선되고 있지만, 하부 평가 항목으로 가면 오히려 뒷걸음질 친 부분도 있다. 경제자유지수를 구성하는 12가지 항목 중 세금부담과 정부지출, 재정 건전성 등 ‘정부 규모’ 부문은 모두 순위가 하락했다. 이와 관련 전경련 측은 "최근 최고 법인세율과 소득세율 인상, 정부지출 확대, 재정 건전성 악화 등이 순위 하락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세금부담 항목은 2011년 125위에서 2020년에는 158위가 됐다. 최근 3년 사이 순위가 40계단이나 내려갔다. 이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조세 비율을 의미하는 조세부담률은 2017년 18.8%에서 2019년에는 20%로 상승 추세다. 또 각종 복지제도 확대로 인한 사회보장기여금 지출이 늘어나면서 국민부담률도 2017년 25.4%에서 2019년 27.3%로 오른 바 있다.

노동시장 자유도도 2년 만 100위서 112위 

전경련 측은 “‘2020년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내년도 소득세 최고 세율은 기존 42%에서 45%로 인상될 예정”이라며 “앞으로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세금이 늘고, 주식양도소득세도 신설될 예정이어서 세금부담이 더 늘어나면 이 부분의 순위하락 추세는 더 심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직적인 노동규제 등으로 인해 2018년 100위였던 노동시장자유도는 올해 112위로 순위가 내려갔다.

한편 정부지출 항목은 2011년 84위에서 2020년 101위로 떨어졌다. 2010년대 중반에는 70~90위권이었으나 2020년 들어서며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최근 들어 정부 지출이 증가한 영향이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으로 3차례나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이뤄져 당초 예산안 대비 결산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관련 순위가 더 하락할 수 있단 얘기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코로나19로 인해 불가피한 면은 있으나, 최근 재정지출과 국가채무의 급격한 증가로 인해 ‘큰 정부’로 바뀌고 있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며 “세금부담, 정부지출이 늘어나고 재정 건전성이 악화하면 결국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이 떨어지고 미래세대에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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