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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15→13세' 따릉이 연령 낮춘 건, 공무원 아닌 15세 아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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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최희진 군이 서울시 강서구 마곡중학교 인근에 비치된 따릉이의 안장 높이를 측정하고 있다. [사진 굿네이버스]

최희진 군이 서울시 강서구 마곡중학교 인근에 비치된 따릉이의 안장 높이를 측정하고 있다. [사진 굿네이버스]

"어른들은 따릉이를 쉽게 빌려서 탈 수 있지만, 어린이가 타기에는 너무 크고 만 15세 미만은 대여도 안 된다는 걸 알았어요. 따릉이처럼 어른들이 생각하지 못한 아동ㆍ청소년정책에 우리 의견이 전달될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굿네이버스 아동청원 게시판 개설 #다수 지지의견은 국회ㆍ지자체 전달 #독일ㆍ프랑스처럼 제도적 뒷받침되야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최희진(15)군의 말이다. 굿네이버스 아동권리모니터링단으로 활동 중인 최군과 단원 8명은 따릉이(서울시 공공자전거)를 이용할 때 느꼈던 불편함을 담아 지난해 12월 서울시에 아동용 자전거 '새싹따릉이'도입을 제안했다. 서울시는 이 제안을 받아들여 소형자전거 도입과 함께 따릉이 이용 가능 연령도 '만 15세 이상'에서 '만 13세 이상'으로 낮췄다.

 굿네이버스는 아동정책을 아동이 직접 제안할 수 있도록 이달 초부터 '아이들 편에서 들어주세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캠페인 사이트 '아동청원' 게시판에 아동권리 침해 환경과 개선사항을 사진과 함께 올리는 방식(포토보이스)이다.

 게시판에는 27일 현재까지 46개의 청원이 올라와 2202명의 지지를 받았다. 가장 많은 공감을 받은 의견은 관련 국회의원과 지자체에 전달할 계획이다. 박정순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사업본부장은 "아동정책에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는 것이 우선이라는 인식부터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들 편에서 들어주세요' 캠페인 홈페이지(brand.goodneighbors.kr) '아동청원' 게시판에 변화가 필요한 곳의 사진과 의견을 등록하면 된다. [사진 굿네이버스]

'아이들 편에서 들어주세요' 캠페인 홈페이지(brand.goodneighbors.kr) '아동청원' 게시판에 변화가 필요한 곳의 사진과 의견을 등록하면 된다. [사진 굿네이버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8년 아동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지자체의 아동정책 수립과정 등에 아동의 참여 또는 의견제시 필요성'은 3.06점(4점 척도 기준)으로 높게 나타났지만 '실제 참여 정도'는 1.42점에 그쳤다.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연구소가 지난 2월 전국 초·중·고생 4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도 '아동정책 결정에 아동의 의견이 중요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답변이 54%를 차지했다. 그만큼 아동이 느끼는 정책참여 정도가 낮다는 의미다.

 독일ㆍ프랑스ㆍ벨기에ㆍ덴마크 등 유럽 주요 국가는 아동ㆍ청소년이 정치에 활발하게 참여한다. 독일은 1985년 '청소년의회'를 법제화했다. ▶청소년 놀이공간 개선 ▶공공장소 안전 ▶아르바이트 등 청소년의 권리와 이익에 관한 문제를 다룬다. 프랑스는 1994년부터 전국의 초등학생 600여명이 참여하는 '어린이의회'를 두고 있다.

 설규주 경인교대 교수는 "프랑스 어린이의회에서 선정된 최우수 법안은 해당 지역구 의원이 법안 발의 여부를 반드시 검토하고 실제로 법률로 제정된 사례도 꽤 있다"며 "한국도 아동ㆍ청소년이 사회참여 경험을 쌓고 이들의 의견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환경과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유진 시민사회환경연구소 연구위원
roh.youjean@joongang.co.kr

'함께하는 세상' 기사목록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www.joongang.co.kr/issue/1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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