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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업무개시 명령" vs 전공의 “사직서 투쟁”…의료 파업 이틀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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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정오쯤 이대서울병원 진료 접수실. 평소보다 다소 한산한 모습이다. 문희철 기자

27일 정오쯤 이대서울병원 진료 접수실. 평소보다 다소 한산한 모습이다. 문희철 기자

의과대학 정원 증원 등 정부 정책 철회를 요구하는 의사들의 총파업이 27일 이틀째를 맞았다. 정부와 의료계가 ‘강대 강’으로 대치하는 가운데, 대형병원은 진료·수술을 줄이면서 파업에 대응하고 있다.

전국 의사 파업 이틀째

중앙사고수습본부는 27일 20개 병원의 응급실·중환자실의 전공의·전임의 가운데 휴진자 358명에게 업무개시 명령서를 발부했다. 하지만 이에 맞서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27일 희망자를 중심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실제로 서울 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 20여명이 사직서를 제출했고, 서울아산병원 전임의 10여명도 사직 의사를 밝혔다.

업무개시 명령 vs 사직서 반발  

정부는 사직서를 제출해도 업무 개시 명령은 유효하다며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면허 정지·취소와 같은 행정처분도 가능하다.

27일 이대서울병원 당일 수술실에서 친족의 수술이나 수술 대기를 기다리는 사람들. 이날 오전 11시쯤 5명이 수술을 받고, 1명이 수술 대기 중이었다. 문희철 기자

27일 이대서울병원 당일 수술실에서 친족의 수술이나 수술 대기를 기다리는 사람들. 이날 오전 11시쯤 5명이 수술을 받고, 1명이 수술 대기 중이었다. 문희철 기자

전공의·전임의들의 업무 공백이 이어지고 있지만 의료 현장에서 심각한 진료 차질이 발생하지는 않고 있다. 서울시 강서구 이대서울병원은 이날 오전 각 진료과별로 5명 이내의 환자가 접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당일 입원해 수술 중인 환자는 5명이었고, 1명이 수술을 대기 중이었다. 응급실 대기 환자도 거의 없었다.

이에 대해 이대서울병원 관계자는 “평소보다 대기가 많지 않은 수준”이라며 “파업에 대비해 미리 병원 측에서 수술일정을 조절했고, 파업 소식을 전해듣고 진료 일정을 변경한 환자도 있다”고 말했다.

병원별로 입원·수술 축소하거나 조정 

다른 병원도 진료 일정을 조절하며 대응 중이다. 서울성모병원·서울아산병원은 외래진료를 10%, 수술을 30%가량 축소·조정했다. 서울대병원도 평소 대비 절반 수준의 수술만 처리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전임의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의료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공의·전문의의 자리에 교수님들이 대체근무 중이며 일부 인력들이 로테이션 근무를 하며 환자들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기준 전공의 휴진율은 58.3%를 기록했고, 의원급 의료기관은 26일 기준 10.8%(3549개) 휴업했다. 동네 병원의 경우 코로나19로 경영도 어려운 상황에서 파업에 참여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대한의사협회의 설명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서신을 통해 “집회 참석률·휴진율을 전해 듣고 비참하고 처참했다”며 개원의의 집단행동 동참을 촉구했다.

의협, 파업 동참 호소 서신 발송 

당장 파업으로 인한 의료대란은 벌어지지 않고 있지만, 파업이 장기화하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 시간이 갈수록 필수 의료 인력의 피로감이 누적하기 때문이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전공의·전임의는 외래진료가 적어서 외래 진료 대기 시간에는 크게 영향이 없다”며 “다만 이들이 입원 환자를 관리하는 경우가 많아 입원·수술은 평소처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등의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는 의료계의 요구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브리핑에서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행위는 그간의 사회적 협의 과정 자체를 포기하라는 의미”라며 “정부가 쉽사리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는 회원들의 파업 동참을 호소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회원에게 서신을 발송해 “지금은 무엇보다 서로를 믿고 일치된 목소리를 내야 할 때”라며 “믿음과 연대의 끈을 놓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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