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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장관은 찬조연설, 백악관은 선거무대로···“트럼프, 공무와 선거 구분 흐려” 논란

중앙일보

입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공화당 대선 후보 공식 지명이 이뤄진 뒤 직접 전당대회 연단에 올라 연설을 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공화당 대선 후보 공식 지명이 이뤄진 뒤 직접 전당대회 연단에 올라 연설을 했다.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캠페인과 공직의 경계를 허물었다.”

NYT·WP 등 “대통령직 선거운동에 활용”

공화당 전당대회 첫날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외신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선거운동에 활용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공화당은 24일(현지시간) 전당대회를 열고 트럼프 대통령을 오는 11월 3일 대선에 출마할 후보로 공식 지명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그의 러닝메이트로 재지명됐다.

미 언론들이 문제 삼은 건 그간의 관례를 깨는 트럼프식 '파격'이다. 특히 현직 국무장관이 찬조연설에 나서고, 백악관을 무대로 삼는 것에 대한 논란이 계속된다. NYT는 24일(현지시간) 논평을 통해 “지금까지 다른 대통령들이 재선에 나섰을 때 공무와 정치적 이익의 경계를 고수해왔던 것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부터 이를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현직 미 국무장관 폼페이오 찬조 연설 논란

WP는 정부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수장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찬조 연설을 비판하고 나섰다. 폼페이오 장관은 전당대회 둘째 날인 25일 사전녹화 방식으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지지를 호소하는 연설을 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WP는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 최고위 외교관이 당파 정치로부터 떨어져 있는 오랜 전통을 위반하고 있다”며 적극적인 정치 활동을 자제해온 역대 국무장관들의 전례를 깼다고 비판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연설은 그가 체류 중인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녹화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외교적으로 민감한 도시인 예루살렘을 트럼프 행정부가 정치에 이용하고자 한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왼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왼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합뉴스]

국무부는 폼페이오 장관의 연설이 “개인 자격으로 이루어지는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연방정부 직원의 근무 중 공개 정치행사 참여를 금지한 법령 ‘해치법(Hatch Act)’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취지다.

백악관이 대선 무대로 변질됐다는 비판도

백악관이 대선 무대로 변질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27일 백악관 사우스론(South Lawn)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한다. 지난 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후보 수락 연설에 대해 “우리는 그것을 백악관에서 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현직 대통령이더라도 국가 자산인 백악관을 개인의 정치적 행위를 위해 사용하는 게 적법하냐는 논란이 일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강행하겠다는 의지다.

27일 열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후보 수락 연설을 위해 백악관 사우스론(South Lawn)에 무대 조명이 설치됐다. [연합뉴스]

27일 열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후보 수락 연설을 위해 백악관 사우스론(South Lawn)에 무대 조명이 설치됐다. [연합뉴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도 25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찬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멜라니아 여사가 23일(현지시간) 정원을 리모델링 한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자 시기를 문제 삼는 의견도 나왔다. 정원 리모델링이 사실상 선거운동을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편 그를 일약 스타로 만들었던 리얼리티 TV쇼 ‘어프렌티스(apprentice)’의 제작진도 전대 연출에 참여할 것이라고 NYT는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04년부터 2014년까지 이 프로그램의 진행자를 맡아 특유의 거침없는 언행으로 주목을 받았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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