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조국에 반박한 KBS 前법조팀 "본인 거짓말부터 해명하라"

중앙일보

입력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기일에 출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기일에 출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조국 사태'를 취재했던 KBS 전(前) 법조팀 기자들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제기한 KBS와 검찰의 유착 의혹을 반박했다.

조국, KBS에 검언유착 의혹…취재진 "허위사실 명예훼손"

KBS기자들은 24일 사내게시판에 장문의 글을 올려 "(조 전 장관이) 허위사실로 (취재진의) 명예가 훼손되는 일을 하고 있다"며 "공직자 후보로서 청문회와 기자간담회에서 왜 거짓을 말했는지 먼저 해명하라"고 주장했다.

이에 조 전 장관은 "객관적 근거를 갖고 하는 말이며 (당시)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고 재반박하는 상황. 조 전 장관과 KBS 기자들의 충돌은 23일 조 전 장관의 페이스북글에서 시작됐다.

조국의 검언유착 의혹 제기  

조 전 장관은 페이스북에 가족의 자산관리인이었던 김경록씨가 20일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에 나와 한 법정 증언을 인용했다. 조 전 장관은 여기서 "당시 KBS법조팀이 한동훈(전 대검 반부패부장), 또는 송경호(전 서울중앙지검 3차장)와 합작해 조국 사냥에 나섰던 것 아니냐"는 검언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본관의 모습. [뉴스1]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본관의 모습. [뉴스1]

김씨는 정 교수 재판에서 "오래 알고 지낸 KBS기자가 한동훈 얘기를 하면서 그 사람이 너의 죄를 엄격히 보고있다. 그런 얘기를 들으니…순순히 검찰조사에 협조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증언했다. 조 전 장관은 김씨가 법정에 서기 전 같은 KBS기자로부터 "(당시) 3차장 검사(송경호)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 사람이 너의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으며…본인이 3차장 검사와 친하니 네가 인터뷰하면 그 사람이 선처해줄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며 외부에 밝힌 입장도 인용했다. 이는 모두 지난해 9월 김씨가 당시 KBS법조팀과 인터뷰를 하며 들었다고 주장한 내용이다.

KBS기자들 "조국, 허위사실로 명예훼손"  

하지만 조 전 장관의 주장에 KBS 전 법조팀 기자들은 "KBS 전 법조팀장이 (김경록씨가 말한)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며 "김씨의 일방적 주장을 인용해 KBS 취재진의 명예를 훼손하지 말아달라"고 반박했다. 최근 조 전 장관이 언론에 제기하는 '허위사실 명예훼손 소송'을 언급하며 "조 전 장관께서 최근 말씀하시는 '허위사실로 명예가 훼손되는 일'을 스스로 하고 계신 것은 아닌지"라고 말했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0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0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김씨의 대학 동문으로 지난해 김씨와의 인터뷰를 성사시켰던 KBS 전 법조팀장 A씨는 입장문에서 "검찰과의 친분을 내세워 (김씨에게) 인터뷰를 강요하지 않았고 한동훈 검사장이나 송경호 검사를 지칭하며 그들이 '엄하게 본다'고 말하거나 '인터뷰하면 선처해줄 것'이라는 약속을 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KBS법조팀 기자들은 검찰과의 유착 의혹에 "감히 말씀드린다. 부족할 순 있지만, 저희는 기자 생활 내내 어느 정권이든 권력의 부패와 부당한 압력에 최선을 다해 저항해 왔다고 자부한다"는 강경한 입장도 밝혔다.

KBS기자들 "조국, 거짓말부터 해명하라" 

KBS기자들은 오히려 "조 전 장관이 임명 전 '5촌 조카가 코링크PE에 개입하지도 않았다'고 직접 말하기도 했다"며 "공직자 후보로서 청문회와 기자간담회에서 왜 거짓을 말했나"고 조 전 장관에게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투자 당시엔 몰랐어도 청문회 과정에 사실관계를 파악해 솔직히 밝히는게 공직자의 도리 아닌가. 이제라도 먼저 해명하는 게 순서가 아니냐"고 물었다.

지난해 9월 인사청문회 당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9월 인사청문회 당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모습. [연합뉴스]

이에 조 전 장관은 "거짓말은 사실을 알면서 속이는 것"이라며 "청문회 준비를 하면서 코링크에 받은 답변을 한 것이다. 도의적 책임을 느끼지만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다"고 재반박했다.

이번 충돌의 한 가운데에 있는 김씨는 지난해 자신의 대학교 동문인 KBS 전 법조팀장의 설득으로 KBS와 인터뷰를 했다. 김씨는 당시 정 교수가 '사모펀드 코링크가 투자했던 회사명을 직접 언급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사모펀드 투자에 관여하지 않았고 투자처도 몰랐다'는 조 전 장관의 입장과 배치되는 인터뷰를 해 논란이 일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알릴레오 방송을 하는 모습. [알릴레오 유튜브 캡처/뉴스1]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알릴레오 방송을 하는 모습. [알릴레오 유튜브 캡처/뉴스1]

김경록의 알릴레오로 파장 시작  

이후 김씨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알릴레오'에 출연해 KBS가 "정 교수가 많은 사람이 후회하는 일을 당한 것 같다""조국 장관은 아무것도 모르시더라고요" 등 조 전 장관에게 유리하게 해석될 자신의 발언은 보도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렸다.

당시 KBS법조팀은 "김씨가 '정 교수가 당하신 것 같구나'라고 했던 말은 주관적 판단이며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부분이었다"며 "김씨가 코링크PE투자 초기 내용만 들었을 뿐 이후 정 교수의 역할은 몰라 단정해 보도하기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김씨가 당시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될 수 있어 "본인과 정 교수에게 유리한 이야기만 할 수 있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도 했다. 실제 김씨는 지난 6월 정 교수의 지시를 받고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KBS는 논란 이후 법조팀을 교체했고, 이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해당 KBS 보도에 '주의'를 통보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