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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지소미아 '종료 유예'의 종료…과연 유효한 카드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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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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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수출 규제에 종료 직전까지 갔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이 24일 사실상 연장됐다. 이날 외교부 관계자는 "지소미아 종료와 관련해 일본 측에 전달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한일 양국은 지소미아 협정문에 따라 매년 8월 24일까지 별도의 종료 통보를 하지 않으면 협정이 1년 자동 연장되는 방식을 따라왔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일본이 불화수소 등 3개 핵심 소재에 수출규제에 가하자 정부는 '경제보복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지소미아를 종료하겠다'는 의사를 일본에 전달했다.

양국은 치열한 기 싸움 속에서 협정 종료 수순을 밟았지만 결국 지난해 11월 한국 정부는 다시 "(종료) 통보의 효력을 중지한다"고 발표했다. 지소미아를 단순한 한·일간의 문제가 아니라 "파기할 경우 한·미·일 삼자 안보협력에서 이탈로 간주하겠다"는 미국의 압박 때문이었다. 이에 궁여지책으로 지소미아 '종료의 유예'라는 전례 없는 결정이 나온 것이다.

이후 양국의 침묵 속에서 지소미아는 '일단 연장' 수순을 밟고 있다. 다만 연장한 것이냐는 질문에 대한 우리 정부는 "언제든 종료할 수 있다"는 입장만 밝히고 있다. '종료의 유예'를 언제든 다시 종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 말대로 지소미아 카드가 유효한 외교적 카드인지에 대해서는 우리 내부에서도 논란이 분분하다. 지난해 자신 있게 종료를 선언했다가 미국의 압박에 한차례 거둬들이면서다. 그때 이미 섣불리 쓸 수 없는 카드란 게 드러났고, 상대인 일본도 이를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지소미아를 통한 한일간 군사정보 교류도 거의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정부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하는 건 향후 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대법원의 재산 압류가 현실화됐을 때, 예상되는 일본의 추가 경제 보복에 대응할 외교적 카드를 남겨둬야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돌려 말하면 일본의 추가 보복에 대항할 다른 확실한 카드가 그리 많지 않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15 경축사에서 "정부는 언제든 일본 정부와 마주 앉을 준비가 돼 있다"며 강제징용 소송 문제를 대화로 해결할 의향이 있음을 내비쳤다. 하지만 일본 측은 여전히 반응이 없고, 수출규제 역시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일본을 제소한 것 역시 결론이 나려면 앞으로도 한참 시간이 걸리는 데다 미국이 반대 입장을 내는 등 여건이 그리 유리하진 않다. '지소미아는 언제든 종료할 수 있다'는 외교적 수사를 넘어 일본을 협상장으로 끌어낼 실질적인 수단과 전략 마련이 필요한 때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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