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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동맹과 함께할 것…독재자 비위 맞추는 시절 끝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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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호 04면

미 민주당 대선후보 출정식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지난 20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후보 수락 연설을 마친 뒤 부인 질 바이든 여사(왼쪽)·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오른쪽)와 함께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지난 20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후보 수락 연설을 마친 뒤 부인 질 바이든 여사(왼쪽)·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오른쪽)와 함께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지난 20일(현지시간) “분열의 시대를 끝내는 ‘통합의 대통령’이 되겠다”며 대선 출사표를 던졌다. 민주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 후보 지명 수락 연설을 통해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우선주의’에서 벗어나 동맹 관계를 복원하고 리더십을 회복하겠다고도 했다.

무관중 라이브로 수락 연설 #미 우선의 고립주의 외교 탈피 #“지지층 아닌 미국 대통령 될 것 #지금은 퍼펙트 스톰 위기 상황” #트럼프 지지자 현장서 맞불 집회도 #공화당 안보 당국자 출신 70명 성명 #빅터 차 등 “바이든이 대통령 돼야”

바이든 후보는 이날 델라웨어주 윌밍턴 체이스센터에서 수락 연설을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동맹과 우방과 함께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독재자에게 비위를 맞추는 시절은 끝났다고 우리 적에게 분명히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믿는 인권과 존엄성이란 가치를 항상 지지할 것”이라며 “보다 안전하고 평화롭고 번영하는 세상을 위한 공동의 목적을 위해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 권위주의적 지도자들과의 친분을 내세우고 동맹보다는 경제적 타산을 따지는 트럼프식 외교와는 분명하게 선을 긋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그는 연설에서 러시아의 부당한 행위와 외세의 선거 개입을 거론하면서도 한반도나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내치에선 통합을 키워드로 제시했다. 바이든 후보는 “나는 민주당 후보지만 미국의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나를 지지하지 않은 사람을 위해서도 나를 지지한 사람에게 하듯 열심히 일하겠다”고 말했다. 그런 만큼 지금은 “당파적 순간이 아니라 미국의 순간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지층 결집을 대선 전략으로 삼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차별성을 부각한 것이다.

바이든 후보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을 어둠으로, 자신을 빛으로 그렸다. 그는 “현 대통령은 너무 오랫동안 미국을 어둠으로 덮었다”며 “너무 많은 분노와 과도한 두려움, 지나친 분열이 존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게 대통령직을 맡겨주면 나는 최악이 아니라 최선을 끌어낼 것이며 어둠이 아닌 빛의 동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우리가 단합하면 미국은 어둠의 계절을 이겨낼 수 있고 또 그럴 것이다. 우리는 두려움보다는 희망, 허구보다는 사실, 특권보다는 공정함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후보는 미국이 사상 최악의 어려운 순간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역사적인 사건 4개가 동시에 닥친 ‘퍼펙트 스톰’ 상황”이라며 ▶100년 만에 최악의 질병 대유행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 위기 ▶1960년대 이후 가장 강렬한 인종적 정의 요구 ▶기후 변화의 현실과 위협 등을 꼽았다. 그는 “지금 대통령에게 4년을 더 준다면 그는 지난 4년간 했던 그대로일 것”이라며 “그는 책임지지 않고, 이끌기를 거부하며, 남을 탓하고, 독재자의 환심을 사고, 증오와 분열의 불씨를 부채질하는 대통령”이라고 비난했다.

이날 바이든 후보는 체이스센터 안에서 관중 없이 라이브로 연설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서도 트럼프 캠프와 분명히 선을 그은 것이다. 대신 야외 주차장에 대형 스크린을 내걸고 자동차극장처럼 꾸민 뒤 사전 예약한 당원들을 초대했다.

바이든 후보는 연설을 마친 뒤 부인 질 바이든 여사와 야외무대로 걸어 나와 지지자들에게 인사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와 그의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 변호사도 함께했다. 화려한 불꽃놀이가 하늘을 수놓는 가운데 탄성과 박수 속에 바이든을 대선후보로 선출하기 위한 나흘간의 전당대회는 마무리됐다.

직접 만든 ‘바이든-해리스 2020’ 푯말을 들고 현장에 나온 마티그래니는 “바이든이 대선후보가 돼 트럼프를 이기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는 역사적인 현장을 직접 보고 싶었다. 자신과 친구들의 이익을 위해 권력을 사유화하는 트럼프를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며 바이든 지지 이유를 밝혔다. 델라웨어주 도버에서 왔다는 한 지지자가 “75일 뒤면 트럼프가 내려온다. 며칠?”이라고 외치자 모인 사람들이 일제히 “75일!”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마지막 날 전당대회 출연자들도 날카로운 유머를 곁들이며 바이든 지지를 호소했다. 사회를 맡은 배우 줄리아 루이스 드라이푸스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했던 앤드루 양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 이름을 ‘핀스’ ‘페인스’라고 일부러 잘못 발음한 뒤 “미국답지 않은 이름”이라고 비꼬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지지자들이 해리스 부통령 후보의 이름인 카멀라를 발음하기 어렵다며 “외국 이름”이라고 조롱한 걸 맞받아친 것이다.

행사장 인근에선 트럼프 지지자 100여 명이 모여 맞불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들은 ‘트럼프 2020’ ‘소름 끼치는 조(트럼프가 붙인 바이든 별명)는 물러나라’ ‘미국 우선’ 등의 구호가 적힌 푯말을 들고 행사장 주변을 행진했다. 바이든 반대 구호가 적힌 전광판 트럭 10여 대도 주변을 맴돌았다.

트럼프 지지자들과 바이든 지지자들의 설전도 벌어졌다. 20대 공화당원은 “나를 찍지 않으면 당신은 흑인이 아니다”는 바이든 후보의 발언을 거론하며 “바이든은 인종주의자”라고 비난했다. 또 다른 남성 공화당원은 중년 여성 민주당원과 낙태 문제를 놓고 즉석에서 찬반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한편 미 공화당 출신 대통령들의 행정부에 몸담았던 국가안보 담당 고위 당국자 70여 명은 이날 공동 성명을 발표하며 바이든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성명에는 척 헤이글 전 국방장관을 비롯해 빅터 차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국장,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방부 차관보, 마이클 헤이든 전 NSA 국장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트럼프 리더십하에서의 미국 안보 상황과 세계 속 입지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실패로 이끌고 있기에 바이든 후보가 미국의 다음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윌밍턴(델라웨어주)=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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