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피해자의 반격…"이번엔 꼭 탈출하길" 텔레그램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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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고 박원순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 비서 A씨를 지원하는 여성단체가 "피해자가 원치 않아 (비서실에) 남게 했다"는 오성규 전 서울시장 비서실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여성단체 측은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피해자는 지속적으로 인사이동을 요청했다"고 거듭 주장했다.

여성단체 측이 2017년 10월 25일 인사담당 주임과의 대화장면이라며 제시한 사진 [사진 여성단체 측 제공]

여성단체 측이 2017년 10월 25일 인사담당 주임과의 대화장면이라며 제시한 사진 [사진 여성단체 측 제공]

이날 여성단체 측은 A씨가 2017년 6월부터 2019년 6월 사이 서울시 비서실 직원들과 나눈 텔레그램 캡처 사진을 공개했다. 이들이 제시한 사진에 따르면 2017년 6월 15일 A씨는 자신의 상사에게 "과장님과 말씀을 나눴는데 1월까지는 남게 될 것 같다'며 "그때는 무슨 일이 있어도 시장님 설득시켜 꼭 인력개발과 보내주신다세(네)요"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2017년 6월은 A씨가 당시 인사과장으로부터 "쫓겨나더라도 다음 인사 때는 전보 조치해 주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한 시점이다.

A씨 측은 같은 해 10월 당시 비서실 인사담당 주임에게 보냈다는 메시지도 공개했다. 이 메시지에서 A씨는 "과장님께서 비서실장님께 말씀드리셨다"며 "워크숍에서 실장님께서 남아주면 좋겠다고 하신 상태라 고민"이라고 했다. A씨 측은 "이 자료를 통해 당시 인사담당과장이 피해자의 전보 요청에 대해 비서실장에게 말한 것을 알 수 있다"며 "그 결과 비서실장이 피해자에게 전보하지 말고 남아달라고 직접 말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2019년 6월 28일에 받았다는 메시지 사진에는 A씨가 당시 상사였던 5급 공무원으로부터 "이번엔 꼭 탈출하실 수 있기를ㅎㅎ"이라는 메시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추행 방조 혐의'로 고발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김주명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출석했다. 김 원장은 2017년 3월부터 2018년 7월까지 서울시장 비서실장으로 일했다. 뉴스1

'성추행 방조 혐의'로 고발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김주명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출석했다. 김 원장은 2017년 3월부터 2018년 7월까지 서울시장 비서실장으로 일했다. 뉴스1

여성단체는 "비서실 관계자들이 '알지 못했다, 듣지 못했다'는 무책임한 말로 여론을 호도한다"며 "서울시청 관계자 중 일부는 거짓말 탐지기, 대질조사, 핸드폰 임의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오성규 전 비서실장은 17일 경찰에 피고발인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은 뒤 "고소인으로부터 이 사건과 관련된 피해 호소나 인사이동을 요청받거나, 제삼자로부터 피해호소 사실을 전달받은 바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오 전 비서실장은 "지금까지 이 사건과 관련해서는 고소인 측의 주장만 제시되었을 뿐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 객관적 근거를 통해 확인된 바는 없다"며 "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사망 이후에도 심각하게 명예를 훼손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측이 공개한 2017년 메시지가 오갔을 당시 비서실장을 맡았던 김주명 전 비서실장 역시 지난 13일 경찰에 출석해 성추행 방조 의혹을 부인했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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