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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웅, 27년전 "北 주장한 '6·25 민족해방 전쟁' 부인 못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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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웅 광복회 회장이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식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과 애국가 작곡가 안익태 선생 등을 직접 거론하며 "친일 청산은 국민의 명령"이라고 말해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뉴스1]

김원웅 광복회 회장이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식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과 애국가 작곡가 안익태 선생 등을 직접 거론하며 "친일 청산은 국민의 명령"이라고 말해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뉴스1]

김원웅 광복회장의 "이승만은 친일파와 결탁, 애국가 안익태는 반역자"라는 내용의 광복절 기념사가 논란이 되는 가운데, 그가 27년 전 국회의원 시절 발언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1993년 민주당 소속으로 대전 대덕 지역구 국회의원이었던 김 회장은 “6ㆍ25 전쟁의 민족해방적 성격을 완전히 부인하기에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발언은 1993년 10월 13일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 과정에서 나왔다. 국회 속기록을 보면 김 회장은 당시 “민족문화대백화사전 편찬 과정에서 냉전체제에서 제약됐던 시각을 탈피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6ㆍ25 전쟁의 경우, 북한이 주장하는 민족해방적 성격을 우리가 완전히 부인하기에 어려운 점이 있다”고 했다. “남한이 친일세력을 청산하지 못하고 있었던 사회ㆍ정치적 상황”을 거론하며 “북한이 친일세력을 철저히 척결한 문제에 대한 인정은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김원웅 당시 민주당 의원이 "6·25전쟁의 민족해방적 성격을 완전히 부인하기는 어렵다"고 했던 1993년 10월13일 국회 교육위 국정감사 속기록. [국회 속기록 캡처]

김원웅 당시 민주당 의원이 "6·25전쟁의 민족해방적 성격을 완전히 부인하기는 어렵다"고 했던 1993년 10월13일 국회 교육위 국정감사 속기록. [국회 속기록 캡처]

이후 김인영 교육위원장 대리(민주자유당)가 “6ㆍ25 전쟁이 민족해방 전쟁이라는 걸 완전히 부인하기 어렵다 말씀하신 게 맞냐”는 취지로 묻자, 김 회장은 같은 입장을 재확인했다. “당시 남ㆍ북한의 정치사회적 성격을 분석해볼 때 북한이 6ㆍ25를 민족해방전쟁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걸 완전히 부인하기에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다만 김 회장은 “오해의 소지가 있을까 봐 다시 한번 설명하겠다”며 “북한이 그동안 민족해방전쟁적 성격을 주장해왔다. 친일 세력이 득세하는 (1950년 전쟁) 당시 남한의 사회정치적 상황을 볼 때 이런 주장을 말도 안 된다고 철저하게 배제하기는 힘들지 않으냐. 완전히 부인할 수 없다고 하는 말은 그런 의미”라고 부연했다.

김원웅 당시 민주당 의원이 "6·25전쟁의 민족해방적 성격을 완전히 부인하기는 어렵다"고 했던 1993년 10월13일 국회 교육위 국정감사 속기록. [국회 속기록 캡처]

김원웅 당시 민주당 의원이 "6·25전쟁의 민족해방적 성격을 완전히 부인하기는 어렵다"고 했던 1993년 10월13일 국회 교육위 국정감사 속기록. [국회 속기록 캡처]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17일 김 회장의 이같은 당시 발언을 언급하며 “아직도 민족해방전쟁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따졌다. “비밀 해제된 구소련 문서 등을 보면 김일성은 두 차례나 스탈린을 찾아가 침략 전쟁 허가를 애걸했고, 소련군 바실리에프 중장이 남침 세부전략을 작성한 게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진실”이라면서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대한민국을 갈라치고 분열을 획책하는 김원웅 회장식 진영논리에 반대한다. 대한민국의 광복회장이 6ㆍ25전쟁을 민족해방전쟁으로 미화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김 회장이 2018년 12월 옛 통합진보당 출신 청년들이 결성한 ‘위인맞이 환영단(환영단)’ 주최 세미나 ‘왜 위인인가’에서 축사를 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당시 김 회장은 “박근혜보다 김정은을 좋아한다는 사람이 개념있다고 생각한다. 일왕에 개처럼 충성을 다하겠다고 혈서를 쓰고 독립군 토벌에 앞장선 사람(박정희) 집안에서 큰 박근혜보다는 일제 강점기 항일무장 투쟁한 독립운동가 가문에서 자란 김정은이 낫다”고 강조했다.

이에 미래통합당은 “대한민국 초대 내각이 거의 전원 독립운동가였던 역사적 사실에는 눈 감고 친일파로 매도한 결론이 김정은 위인론이냐”(최형두 원내대변인)고 비판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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