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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재테크 추납 막차 타자" 신청 3배 폭증···국민연금 불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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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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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이 화장실 갈 시간이 없다고 하네요."
 국민연금공단 한 간부는 12, 13일 전국 지사의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정부와 국회가 국민연금 추후납부(추납)를 제한할 것이라는 보도(중앙일보 8월 12일자 27면)가 나간 뒤 국민연금공단 지사에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밀려드는 추납 인파에 정신을 못 차질 정도였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12일 하루에 추납 신청자가 약 2000명, 13일 1700~1800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국 지사에서 입력한 것만 이렇다. 나중에 입력하는 것까지 포함하면 더 늘어날 전망이다. 평소 추납 인원(700~800명)의 두세 배에 달한다.

지사당 방문객도 하루 50~100명에서 100~150명으로 늘었다. 큰 지사에는 200명 넘었다.

전업주부 A(51)씨는 14일 1500만원 넘는 추납 보험료를 냈다. 그동안 임의가입해서 월 9만원의 보험료를 내왔다. 과거 못 낸 보험료를 한꺼번에 낼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낼까말까 망설이고 있던 차에 '추납을 제한할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바로 행동에 나섰다. 덕분에 A씨가 나중에 받게 될 예상연금액이 월 30만원대에서 50만원대로 늘었다고 한다.

12,13일 연금공단 지사를 찾은 추납 신청자 중 A씨 같은 50대 여성이 많았다고 한다. 젊을 때 회사를 다니다 결혼하면서 전업주부가 된 뒤 국민연금이 뭔지도 모르고 살아온 사람들이다. 이들의 배우자가 국민연금에 가입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국민연금법에서 '무소득 배우자'로 분류해 국민연금 대상에서 제외했다(적용제외자).

이들은 과거에 추납할 자격이 없었다. 무소득배우자는 대상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전업주부 차별"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2016년 11월 추납할 수 있게 법이 바뀌었다. 그 이후 목돈이 부담돼 추납을 망설이다 이번에 연금공단 지사를 찾은 사람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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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연금공단 지사장은 "우리 지사에 하루에 50~80명 방문하는데, 12일 100명 넘게 찾았다"며 "직원들이 화장실 갈 시간이 없다고 하소연할 정도로 많이 몰렸다"고 말했다. 그는 "추납제도를 통해 국민연금 수령에 필요한 최소가입기간(10년)을 채워서 노후연금 수급권을 확보하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추납 신청자는 국민연금에 임의 가입하고 추납보험료를 낸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한꺼번에 신청자가 몰려들었고, 한 명에 최소 30분 이상 상담을 하기 때문에 업무 처리가 더 힘들었다"며 "국민연금을 뒤늦게 확보하려는 사람들이라서 최대한 성실하게 상담에 임했다"고 말했다.

매년 증가하는 국민연금 추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매년 증가하는 국민연금 추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추납 신청자는 매년 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14년 4만1165명에서 지난해 14만7254명으로 3.6배로 증가했다. 지난해 신청자 중 60세 이상이 절반(46.6%)을 차지한다.

국민연금 추납은 ▶과거에 실직·사업실패 때문에 보험료를 못 냈거나(납부예외자) ▶경제활동을 하다 결혼과 동시에 전업주부가 된 사람이 나중에 보험료를 한꺼번에 내는 제도이다. 납부예외자는 현재 납부하는 보험료만큼 추납기간 보험료로 내야 한다. 전업주부는 월 보험료를 최소 9만원, 최대 22만원으로 설정해 연금공단에 신고하고 추납기간에 해당하는 보험료를 내야 한다. 60개월 나눠 내도 된다.

추납이란

추납이란

추납은 한꺼번에 1억원 안팎의 보험료를 내고 연금액을 두세 배로 끌어올리는 경우가 더러 있어서 '부자의 연금 재테크'라는 지적을 받았다. 그래서 정부·여당이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스란 보건복지부 국민연금정책과장은 11일 "추납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여유가 있는 사람이다. 이들이 몇천만원을 추납하고 연금을 받는 것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며 "어떤 식으로든 추납 자격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추납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많고 성실 납부자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 선진국은 육아·학업 등 불가피한 기간만 추납을 허용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회와 상의해 제한 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지난달 초 추납 기간을 10년 미만으로 제한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률 개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발의돼 있을 뿐 아직 논의를 시작하지도 않았다. 복지위 전체회의 회부, 법안 심사소위원회, 복지위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를 거쳐야 한다. 여야가 이견이 없다면 일러야 연말께 국회를 통과할 수 있다. 따라서 너무 서둘 필요가 없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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